최근 월세 9%까지 오르고 전셋값도 1000만원 이상 급등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 직장인ㆍ신혼부부 등 밀려든 듯”
지난달 30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인근. 공인중개업자 A씨는 “최근 원룸 전ㆍ월세가 많이 올랐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부의 ‘12ㆍ16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되자 아파트뿐 아니라 대학가 원룸 전ㆍ월세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월셋방은 그나마 저렴하게 나온 매물이 있지만 거주 환경이 열악하다”며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엔 방 구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대학가에 ‘원룸 구하기 전쟁’이 불붙고 있다. 연말로 대학들의 2학기가 끝나면서 원룸 매물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12ㆍ16 대책 이후 치솟는 전셋값의 여파가 대학가에도 밀려오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학생에게 원룸 전셋값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최근 서울대와 중앙대 인근의 전용면적 14.85~16.5㎡ 원룸 전세는 1억3,000만~1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몇 달 전보다 1,000만원 이상 오른 수준이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전세는 특히 빈방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봉천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전세 원룸은 방이 나와도 1억원 한도로 최대 10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가져간다”며 “소득 없이 일반 전세대출을 받을 예정이라면 차라리 월셋방을 알아보는 게 더 빠르다”고 조언했다.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귀찮은 서류 절차와 연체시 책임 전가로 일반 전세대출을 낀 계약은 집 주인들이 아예 꺼린다는 것이다.
월셋방도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연세대 인근 원룸 월세는 전달보다 9% 상승해 보증금 1,000만원 기준 50만원을 기록했다. 최저임금(시급 8,590원) 기준으로 한 달 58시간 이상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중앙대(42만원)와 숙명여대(48만원) 인근 월세도 같은 기간 각각 8%와 7% 올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통상 11월은 대학가 원룸 월세가 크게 오르지 않는데, 다른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며 “지난해 정부 규제로 집 구입을 미룬 매매 대기수요가 늘면서 직장인, 신혼부부 등이 대학가로 밀려든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통상 대학가 전ㆍ월세 수요는 개학을 앞둔 2월에 최고조를 이뤄 최근의 원룸 구하기 전쟁은 당분간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12ㆍ16 대책 이후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이 커지는 것도 불안 요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ㆍ16대책 직후인 지난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5%포인트 높아진 0.23%나 급등했다. 대치동, 목동 등 학군 인기지역에서 시작된 전세가격 오름세가 대학가 원룸에까지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이 집을 매매하지 않고 전세로 돌아서면서 청년들이 밀려나는 주택 ‘하향여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학가 공인중개사무소 매물 중에는 보증금 1,000만원 미만인 방도 있었으나, 적지 않은 수가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인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역세권 청년주택 중 임대료가 시세 절반 이하인 공급물량 비중을 기존 20%에서 40∼7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청년 임대주택 27만실을 공급하고, 대학생에게 기숙사(5만명)와 기숙사형 청년 주택(1만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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