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최저치인 0.4%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1965년 소비자물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이전 최저기록은 2015년의 0.7%였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건 1999년 0.8%를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뿐이다. 통계청은 “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저물가ㆍ저성장의 불황 장기화 우려가 적지 않다.
통계청은 “수요 측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ㆍ축ㆍ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ㆍ건강보험 확대 등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와 달리, 소비ㆍ투자ㆍ수출 등 수요 부진을 인정한 게 특징이다. 정부는 그럼에도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9월 사상 첫 마이너스(0.4% 하락)를 기록한 이래 꾸준히 반등해 지난 12월엔 0.7%까지 오른 점을 들며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정부 기대대로 올해 물가는 농ㆍ축ㆍ수산물이나 석유류 하락 등 공급 측 저물가 요인이 사라지면 반등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가 문제다. 소비는 실질 가처분소득의 전반적 감소로 가뜩이나 위축돼 왔다. 여기에 올해도 각종 비소비지출 및 공공요금 증가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투자와 수출 역시 반도체 등 일부 경기 회복 업종을 빼곤 성장 기대감이 고갈된 상태다.
물가는 경제 활력을 반영하는 대표적 지표다. 특히 1990년대 초부터 ‘자산가격 붕괴-경기 침체-장기 저물가’의 사이클을 탔던 일본형 장기 불황과 지금 우리의 상황이 유사하다는 점이 걱정이다. 물론 우리는 아직 부동산 등 자산가격 붕괴가 없고, 일부 수출 반등도 기대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는 장기 불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경제 활성화 및 성장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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