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의인(義人)들과의 해돋이 산행으로 경자년(庚子年) 첫 번째 아침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지난해보다 좀더 행복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오전 2019년을 빛낸 의인 7명과 함께 아차산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해 의인들과의 등산을 새해 첫 일정으로 택했다. 2018년과 지난해엔 각각 남산과 북한산을 올랐다. 이날 경기 구리시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서 시작된 산행은 정상을 거쳐 제4보루까지 4.73㎞ 가량 이어졌다. 등산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은 의인들을 관저로 초대해 떡국을 대접했다.
산행에 동행한 의인들은 지난해 선행을 한 보통 사람들이었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 소속 경찰관 신준상씨는 지난해 7월 휴가 중 계곡에 빠진 아이를 구조하고도 자신의 신분을 알리지 않고 떠났던 인물이다. 이후 목격담이 나오면서 정체가 밝혀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숨은 미담에 국민들이 감동했던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9월 전복된 차량에서 모자를 구한 양산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소방사 이단비씨, 12월 불이 난 안동강남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을 구한 교사 이주영씨도 참석했다. 이단비 소방사가 문 대통령이 최근 독도 헬기사고 영결식에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동료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순직 소방관보다 트라우마로 인한 소방관 자살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안다”는 답과 함께 ‘소방복합치유센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수 겸 작곡가 에이톤(본명 임지현)씨는 11월 성폭행을 시도하던 외국인을 붙잡았고, 자영업자 박기천씨는 같은 달 만취 상태도 물에 뛰어들었던 이를 만류했다. 대학생 최세환씨는 3월 신호 위반 차량을 막아 섰다. 과로사로 숨진 뒤 국가사회발전유공자로 지정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아들 윤형찬씨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응급의료센터 근무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완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날이 흐려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상서로운 눈’으로 해석되곤 하는 ‘새해 첫눈’이 내렸다. 문 대통령은 산행 중 만난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문 대통령은 “작년에 열심히 한 만큼 우리는 새해에 행복할 자격이 있죠.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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