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대신 이례적 노동당 회의 보고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 對美 공세 강화
단계적 보상 강구 북미 대화 재개 필요
북미 비핵화 협상 관련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주목받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1일 발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2011년 취임 이후 거의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한 전례에 비추면 이례적이다. 대신 지난 연말 마라톤회의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말미의 김 위원장 보고 내용으로 신년사를 대체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 보고에서 주목할 대목은 “미국이 조미대화를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경우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또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며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을 향해 거듭 ‘새로운 셈법’을 요구해 온 북한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비핵화 협상 종료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시험 재개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미국을 향한 공격적인 발언은 이런 압박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보고는 적어도 당분간 북미 협상의 틀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북한은 연말 협상시한이 지났음에도 대화 거부도, 핵무기 보유국으로 자력갱생하는 ‘새로운 길’도 선언하지 않았다. 군사력 강화 기조를 밝히면서도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고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미국에 공을 던졌다. 북미 대화를 재개해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협상이 진척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엿보인다.
현실적으로 북미 대화에 더는 여유가 없다는 것은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듯한 북한만이 아니라 대선을 앞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김 위원장을 두고 “약속을 지키는 남자”(트럼프 대통령)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폼페이오 국무장관)는 수사나 기대만 쏟아내서는 안 된다. 2017년 싱가포르 정상선언의 성과가 바래지 않으려면 포괄적 타결에 연연하기보다 북한의 도발 재개를 억제하기 위한 초기 단계 보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북미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수록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남북협력사업을 잇따라 거부해 온 북한은 이번 김 위원장 보고에서도 남북관계 언급을 애써 피했다. 북한의 냉랭한 태도가 아쉽긴 하지만 개의치 말고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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