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 완화, 세계 경기 회복세… ‘무역 1조 달러’는 3년째 이어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10년 만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월별 수출 감소 행진도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이어졌다. 다만 어려운 여건에도 무역액(수출+수입)은 3년 연속 1조달러를 넘겼고, 새해에는 대외 악재 완화로 수출이 곧 증가세를 회복할 거란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5,424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한국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 분쟁, 일본 수출규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홍콩 사태 등의 어려운 대외 여건과 반도체ㆍ석유화학ㆍ석유제품 등 주력상품 수출 부진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45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2% 감소했다. 2018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다만 수출 하락 폭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 비율로 줄어들면서 지난해 연간 두 번째로 낮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대(對)중국 수출이 3.3% 증가하며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바뀐 것이 개선 요인이었다.
지난해 수출은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긍정적 요인도 눈에 띈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자동차는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했고 전기차ㆍ수소차, 바이오ㆍ헬스, 이차전지 등 신산업이 수출 성장 동력으로 약진했다.
수출과 수입을 더한 총무역액은 1조456억달러를 기록해 3년 연속 1조달러를 달성했다. 역대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이며, 3년 연속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9개국에 불과하다. 무역규모 순위는 2013년 이후 이후 7년 연속 9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흑자는 391억9,000만달러로 11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중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악재 중 하나였던 미중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러 오는 15일 최종 서명을 앞두고 있고 미국ㆍ중국ㆍ독일의 제조업 지수가 일제히 상승하며 세계 경기가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올해 하반기쯤부터 회복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점도 우리 수출에 호재다.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 역시 제한적이라 국내 관련 산업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5,600억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분기 중 수출을 조기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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