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니었으면 교육방송 EBS 사장의 이름이 김명중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KBS나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의 이름은 대부분 몰라도 김 사장 이름은 유명인처럼 인구에 회자된다. 시도 때도 없이 그의 이름을 마구 부르며 “밥 한 끼 합시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EBS의 캐릭터 ‘펭수’ 덕분이다. 올 4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등장한 그는 특유의 즉문즉답식 사이다 화법으로 청장년층 직장인들의 사랑을 독자치하며 지난해 말 구독자 156만명에 동영상 누적조회수 1억2,200만회를 기록했다.
▦ EBS의 ‘황금알 거위’이자 자신을 띄워준 펭수를 위해 김 사장이 최근 국회를 찾았다. BTS를 능가하는 ’우주대스타’를 꿈꾸는 펭수를 글로벌스타로 만드는데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노웅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만난 그는 ‘펭수 열풍’에 대한 BBC 등 해외 언론의 관심을 전하며 펭TV 구독자가 200만을 넘는 시점에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등 환경 보호와 소외계층 지원을 주제로 펭수 캐릭터의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 펭수가 어제 새벽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2020년 새해맞이 타종행사’에 ‘코리아몬스터’ 류현진(32ㆍ토론토 블루제이스) 등과 함께 12인 시민대표의 한 명으로 참석했다. 펭수는 앞서 서울시가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의 추천을 받은 결과 “권위에 맞서는 펭수의 당당함과 주눅 들지 않는 직진 행보에 반하고 감동한” 지지 덕분에 최다표를 받은 크리에이터로 뽑혔다. 사람이 아닌 타종 참여자로는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와 반다비 이후 두 번째라고 한다.
▦ 펭수가 새해 초 국회를 방문한다면 어떤 에피소드가 전개될까. 공영방송 사장을 마구 불러내고, 외교부에서 ‘대빵’을 찾는 그의 담대함과 기개라면, 대한민국의 최대 문제집단으로 부각된 국회에 일침을 날릴 법하다. “정치는 희망을 파는 비즈니스 아닌가요. 근데 지금 여기서 뭘 하시는 겁니까. 삭발 단식 농성 강행 총사퇴 대치 저지 파행 표류 마비 등등 절망의 언어만 넘치는데 어떻게 국민이 행복하고 웃을 수 있나요. 의원님 모두가 대빵인데 누구 눈치를 보나요. 자신을 믿고 양심에 따라 막 지르세요. 90%는 회색지대인 세상에서, 죽기 살기로 싸울 일이 뭐 있나요. 오직 역지사지뿐. 펭하!”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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