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결정 집시법 11조1항, 대체 입법 없이 1일부터 효력 상실
“당장 국회의사당 담장 바로 앞에서 시위를 벌여도 경찰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거든요. 자칫 입법부 심장인 국회가 각종 시위로 난장판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요즘 서울 여의도 국회를 담당하는 영등포경찰서는 속이 바짝 타 들어간다. 최근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국회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1항이 이날부터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선 새해부터 국회 주변이 새로운 시위 격전지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효력을 상실한 집시법 11조1항을 대신할 대체 입법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경찰이 국회 바로 주변에서 이뤄지는 집회를 관리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데 있다. 여의도 서쪽에 있는 국회는 전면에 국회대로가 놓여 있고 그 외 구역은 한강과 샛강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그간 대규모 집회는 국회 전면인 국회 1ㆍ2문 앞에서 100미터 거리를 두고 벌어졌다. 경찰도 시위대가 꽤 떨어져 있다 보니 그 사이에 경찰 버스 등을 배치하는 식으로 혹시 모를 국회 난입 등을 대비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국회 경계에서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도 집회 시위가 가능해지면 더는 기존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어려워진다. 당장 국회 담장 바로 앞에서 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 국회 안에서 시위를 하진 못한다 해도 사실상 국회 지근거리서 시위를 하는 게 가능해지는 만큼 자칫 흥분한 시위대가 국회 담장을 넘는 돌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일단 1일부터 비상상황을 대비해 주의를 기울일 방침이긴 하지만 아직 세부 지침은 정해진 게 없다”며 “사실 국회가 빨리 법 개정을 해주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집시법 11조1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며 전원 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달 31일까지 집시법 11조를 개정해야 했지만 여야 대치 국면 속에서 집시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국회 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이 같은 입법 공백이 계속될 거란 우려가 크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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