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중앙위 전원회의 4일 진행 결정서 보도로 대체 가능성
김정은, 전원회의서 “북미 교착 장기화할 것”
북한이 새해 첫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통상 1월 1일 오전 9시~9시 30분 신년사를 발표했던 데 비해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은 1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김 위원장 신년사 육성방송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의 경우 1월 1일 낮 12시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조선중앙TV 등의 매체를 통해 발표하긴 했다. 반면 지난해와 재작년의 경우 각각 오전 9시와 9시 30분에 신년사가 나왔다. 이런 흐름에서 올해도 9시~9시 30분쯤 신년사가 발표될 것이란 관측은 일단 빗나간 셈이다.
이는 지난달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일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이례적으로 나흘간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31일 전원회의가 막을 내렸다면, 바로 다음 날인 새해 1월 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도 물리적으로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원회의 결정서로 신년사를 대신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은 실제 신년사 발표에 앞서 전날 종료된 전원회의 결과를 이날 오전 6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먼저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조미(북미) 간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다”며 장기적인 대미 투쟁 준비를 독려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북한이 제시했던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이 종료된 데 따라 당장의 대북제재 이완은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데 따라 자력갱생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나흘간 진행된 전원회에서 논의된 의제와 김 위원장의 이에 대한 보고 내용, 결정 사항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넷째 날(12월 31일) 보고에서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판단은 ‘미국이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됐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면서 저들의 정치ㆍ외교적 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간에 미국이 또 다시 대화 재개 문제를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지속적인 대화타령을 횡설수설하고 있는데 (중략) 사면초가의 처지에서 우리가 정한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겨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는 시간벌이를 해보자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대화를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특히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며 핵도발 등 군사적 행동이 뒤따를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대화 여지는 남겼다. 그는 “미국의 핵위협을 제압하고 우리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대화 여지는 여전히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에 따라 자력갱생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자체의 위력을 강화하고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값진 재부들을 더 많이 창조할수록 적들은 더욱더 커다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 이것이 오늘 전당과 전체 인민이 들고 나가야 할 투쟁구호”라고 제시했다. 대미 협상을 통한 당장의 대북제재 완화가 어려워진 데 따라 자체적인 경제력 향상을 통한 대미투쟁 노선을 예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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