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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선수 김서희ㆍ전서영 “10년 연속 전국체전 우승… 올해도 우승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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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선수 김서희ㆍ전서영 “10년 연속 전국체전 우승… 올해도 우승해야죠”

입력
2020.01.02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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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청 조정팀 김서희ㆍ전서영 선수

지난해 제100회 전국체전 여자부 ‘무타페어’서 10연패 대기록

지난 10월 충북 충주호 탄금호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여자부 무타페어 종목에서 우승한 김서희(왼쪽) 전서영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배일환 송파구청 감독 제공
지난 10월 충북 충주호 탄금호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여자부 무타페어 종목에서 우승한 김서희(왼쪽) 전서영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배일환 송파구청 감독 제공

전국체전 10연패. 지난해 10월 끝난 전국체전 100주년 대회에서 대기록을 세운 서울 송파구청 조정팀 선수인 김서희(29)ㆍ전서영(30) 선수의 기록이다. 동일 선수가 세운 기록으로는 남녀 통틀어 최다연패다.

“운동량이 많아 부상을 달고 사는데 지난해 전국체전 100주년에 10연패가 달려 있어 이를 악물고 훈련했어요. 올해에는 몸이 부서지더라도 꼭 11연패를 달성할 겁니다.”

지난달 27일 경기 하남시 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만난 두 선수는 탁 트인 경기장을 보며 올해 목표를 당차게 말했다. 두 선수는 한파로 기온이 뚝 떨어진 이날도 오전 8시30분에 배일환(49) 송파구청 감독, 후배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 들러 훈련을 시작했다.

송파구청 조정팀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미사리조정경기장 내 실내연습장에서 '로잉 머신'으로 불리는 에그로미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송파구청 조정팀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미사리조정경기장 내 실내연습장에서 '로잉 머신'으로 불리는 에그로미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날은 조정경기장에 살얼음이 얼어 경기정을 띄울 수 없었다. 대신 기초체력 훈련장에서 근력 운동과 ‘로잉 머신’이라 불리는 ‘에르고미터’에서 2시간 넘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2010년부터 송파구청에서 호흡을 맞춘 이들은 그 해부터 여자부 무타페어 우승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웬만한 노력과 열정, 끈기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위업이다. 남자부 ‘에이트(선수 8명이 노를 젓는 종목)’에서 한국수자원공사팀이 12연패의 대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병역 등의 이유로 선수를 교체해가며 이룬 성적이어서 결이 다소 다르다.

이것만이 아니다. 후배 2명과 함께 쿼드러플스컬(4명이 각각 2개의 노를 젓는 경기) 종목에서도 올해 2연패를 달성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지난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무타페어 종목에서는 두 개의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보통 실업팀 선수들이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정도 한솥밥을 먹는데 두 선수는 10년을 함께 생활하며 팀워크를 유지해 오고 있다. 무타페어는 ‘방향타를 잡는 선수 없이(무타)’ ‘두 명(페어)’이 하나의 노를 잡고 2㎞ 구간을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 순위를 가르는 경기다.

두 선수는 170㎝가 넘는 큰 키와 타고난 체력으로 체육 선생님이 조정을 권유해 김 선수는 중학생 때, 전 선수는 고등학교 때 조정에 입문했다. 고교 때부터 친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얼굴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전 선수는 “서희는 이미 고등학교 때 두각을 나타낸 선수여서 잘 알고 있었다”고 장난끼 있는 말투로 말했다.

충주 탄금호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참가한 김서희, 전서영 선수가 훈련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배일환 송파구청 감독 제공
충주 탄금호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참가한 김서희, 전서영 선수가 훈련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배일환 송파구청 감독 제공

경기가 시작되면 물 찬 제비처럼 물 위를 손쉽게 질주하는 것 같지만 선수들은 2㎞ 구간을 사력을 다해 노를 저어야 한다. 마라톤만큼 힘들다는 의미에서 ‘수상 마라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근력, 지구력, 체력, 고도의 정신력까지 두루 필요하다. 배 감독은 “4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두 선수의 10연패 위업은 없었을 것”이라고 대견해 했다.

화천호, 충주호 등으로 전지 훈련을 떠나면 하루 10㎞ 정도를 연습한다. 노 젓는 기술을 더 정교하게 하고 지구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웬만한 남성보다 더 두꺼운 두 선수의 허벅지를 보면 고강도의 훈련과 이를 묵묵히 받아들여 온 이들의 성실함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수와 선수, 선수와 감독 간 철석같은 신뢰가 있어 10연패가 가능했다. 김 선수는 “배 앞에 앉아 방향을 조절하고, 리듬을 잡고, 레이스를 운영하다 보면 힘들거나 요구하는 게 많아지는데 그런 부분을 언니가 잘 받아줄 뿐만 아니라 체력이 좋고 힘이 좋아서 든든하다”고 말하며 공을 전 선수에게로 돌렸다.

전 선수는 오히려 김 선수의 장점을 칭찬하느라 바빴다. “나이로 선배이긴 하지만 후배인 서희에게 맞춰야 한다”며 “제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호흡이 흐트러지는데 서희가 컨트롤을 잘 해서 레이스를 잘 운영해나간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조정팀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경기용 노를 들고 서 있다. 왼쪽부터 전서영, 김한솔, 김민영, 김서희. 이한호 기자
송파구청 조정팀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경기용 노를 들고 서 있다. 왼쪽부터 전서영, 김한솔, 김민영, 김서희. 이한호 기자

두 선수의 노 젓는 방법 등 미세한 차이를 배 감독이 잘 포착해 섬세하게 지원한 것도 10연패 가도를 달린 열쇠였다. 전 선수는 “조정이 단순히 노만 젓는 경기 같지만 균형, 힘을 쓰는 방법의 차이, 자세 등에서 매우 예민한 부분이 있는 경기인데 그 점에서 감독님이 잘 지도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감독님과 10년간 함께 했다는 건 그만큼 감독님을 좋아하고 신뢰한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선수들을 믿어주고 밀어준다는 걸 직감할 수 있어 신뢰한다”며 방긋 웃었다.

배 감독은 송파구청의 든든한 지원도 10연패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각 구청별로 한 종목씩 실업팀을 두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액수를 밝히긴 어렵지만 다른 구청보다 지원 금액이 많다”고 귀띔했다. 배 감독은 “특히 구청 직원이 한 팀처럼 잘 움직이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근심 걱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워낙 만성적이어서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 다만 김 선수는 “조정 선수라고 했는데 카누랑 헷갈려 하면 솔직히 속상하죠”라고 말했다. 조정은 등지고 노를 저어 가고, 카누는 앞으로 가는 경기다.

여성 조정 선수는 보통 33세, 34세가 현역 활동의 한계 나이다. 두 선수가 현역으로 대회에 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변수가 또 생겼다. 지난달 김 선수가 결혼했기 때문이다. 11연패 달성은 기필코 이루겠다고 다짐했지만 12연패는 기약이 없다.

새해 소망을 물었다. “부상 없이 운동 열심히 해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거죠.” 연패 행진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두 선수다운 이구동성이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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