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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4월 증인신문’이 사법농단 재판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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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4월 증인신문’이 사법농단 재판 분수령

입력
2020.01.06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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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기피 신청’ 임종헌 전 차장, 증인신문에만 9일간 배정

양승태 수술 등 변수 있지만, 늦어도 내년 2월 마무리될 가능성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왼쪽부터)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왼쪽부터)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월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서막이 올랐던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이 올해부터는 조금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혐의가 단순했던 일부 피고인들의 선고가 연초에 예정돼 있고, 양 전 대법원장 등 주요 피고인들의 1심 재판에도 속도가 붙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ㆍ고영한 대법관이 함께 받는 재판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 추가기소 된 10인의 재판 등 크게 세 갈래의 법정 공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재판부 기피 신청 문제로 사실상 ‘블랙홀’에 빠진 임 전 차장 재판을 제외하고는 올 들어 제법 속도가 붙었다.

우선 추가기소 된 피고인 중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는 각각 이달 13일과 내달 14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고, 임 전 수석은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지낸 가토 다쓰야 사건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압수수색 영장에 담긴 검찰의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와 성창호ㆍ조의연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 재판도 2월 정기인사 이전 마무리를 목표로 재판부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사법농단’ 주요 재판 경과.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사법농단’ 주요 재판 경과. 그래픽=강준구 기자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의 경우, 외견상 지지부진하지만 주요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20일까지 총 53회의 공판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실체적 진실발견에는 접근하지 못한 상태다. 재판 초기에 임 전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원본파일 1,142개를 검증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린 탓이다.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증거로 꼽히는 USB 검증에 약 한 달 가량을 보낸 재판부가 7월10일부터 증인신문에 돌입했지만, 5일 기준 신청된 200여명의 증인 중 36명을 신문하는 데 그쳤다.

고무적인 것은 그간 법원행정처 심의관급 증인들의 신문을 마무리했고, 이제 주요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실장급 신문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특히 4월부터 진행될 임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 재판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이 임 전 차장을 증인신문 하기 위한 토대에 불과하다”는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말처럼 임 전 차장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 핵심증인이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임 전 차장은 구속 이후로 검찰 조사에 불응하며 입을 열지 않은 데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대부분에 연루돼 있어 재판부는 통상 하루 이틀에 끝나는 증인신문에 9일의 일정을 배정해 놓고 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치고 나면 재판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핵심 내용은 임 전 차장 증인신문에서 다 나올 것이기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법리적 쟁점을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을까 싶다”며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2월 전에는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양 전 대법원장의 건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재 ‘폐암으로 의심되는 악성 신생물’ 진단을 받고 14일 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 후 4주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양 전 대법원장 측 주장에 따라 8일로 예정됐던 공판기일이 내달 21일로 미뤄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재판이 지나치게 장기화되지 않도록 수술 이후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해달라는 등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사건은 세 갈래 재판 가운데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 기피신청에 대한 대법원 심사가 지연되면서 반년 째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그 밖에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ㆍ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ㆍ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4명의 재판도 선고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 결과에 따라 법원과 검찰 중 어느 한쪽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본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무리한 기소 논란이 일었던 만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혐의 47개 중 10개 이상 무죄가 날 경우 검찰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원 또한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중형을 선고 받으면 그렇잖아도 땅에 떨어진 사법부 신뢰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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