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통탄하는 장면이 있다. 지난해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이다. 막역한 후배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친형의 변호사 선임에 관여했느냐는 야당 의원들 질의에 윤 후보자는 6차례나 부인했는데, 곧바로 언론의 녹음파일을 통해 거짓말로 드러났다. 다음날 야당은 일제히 사퇴를 촉구했으나 민주당은 감싸기에 급급했다.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 위증 논란으로 낙마한 것처럼 그때 비호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윤석열 눈치를 보는 일은 없었을 거란 얘기다.
□ 윤 총장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앙금이 어느 정도인지 최근 생생히 드러났다. 박범계 의원이 국회 필리버스터 와중에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좌천됐을 때 조국의 요청으로 내가 구구절절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지켜줬는데 서운하고 섭섭하다”고 말했다. 공사를 구분 못한 발언의 부적절성은 차치하고 사감(私感)이 담긴 표현에서 “도저히 회복될 수 없는 관계”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총장은 청와대 의혹 수사에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예방주사’”라는 말을 퍼트리고 있지만 여권은 “윤석열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판단을 굳혔다고 한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통과로 여권과 검찰의 처지가 180도 바뀌게 됐다.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데는 집권 세력의 ‘약점’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고위공직자 사건을 공수처가 독차지하면 검찰의 위세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윤 총장이 순순히 물러날까 하는 점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해체를 추진하자 “먼저 내 목을 쳐라”며 저항했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 모습이 떠오른다.
□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이 7월 공수처 출범 전에 판도를 뒤흔들려 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울산 사건’ ‘유재수 사건’을 탈탈 털어 청와대 ‘친문’ 세력을 옭아매고 캐비닛에 묵혀 둔 현 정권 비리 첩보까지 꺼낼지 모른다는 얘기도 돈다. 하지만 “검찰 인사는 총장과 협의하는 게 아니고 의견을 듣는 것”이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말처럼 청와대가 조만간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윤 총장이 반발하면 경질한다는 시나리오가 마련됐다는 소문도 퍼져 있다. 여권과 윤석열의 대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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