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 경기가 최근 건설수주액, 건축착공면적 등 주요 지표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도내 건설수주액은 1,0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0% 줄었고, 건축착공면적과 허가면적도 각각 36.3%, 10.6% 감소했다.
건설수주액인 경우 공공부문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에 힘입어 지난 7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된 반면 민간부문은 올들어 큰 폭으로 줄어 전체 건설수주액 감소를 주도했다. 올 상반기 민간부문 건설수주액은 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2%나 감소했다.
이 같은 도내 건설경기 부진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 대규모 개발사업 지연ㆍ중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한은 제주본부는 분석했다.
도내 부동산 경기는 주택가격 하락, 주택거래량 감소, 초과공급 지속 등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약보합세를 유지하던 주택가격은 6월 이후 하락폭이 확대됐고, 아파트 매매가는 2018년 4월 이후 20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택거래량도 매매거래를 중심으로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공급물량도 수요보다 많아지면서 도내 미분양 주택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도내 미분양 주택 수는 2017년 1월 353가구에 불과했지만,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1,116가구로 대폭 늘었다. 이는 도내 경기 부진, 인구순유입 둔화, 높은 분양가 등으로 주택 실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도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도 2017년 1월 106가구에서 지난 10월말 769가구로 증가하면서 향후 건설사의 자금사정 제약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10월 제주시에 이어 서귀포시도 지난 10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포함됨에 따라 도 전역이 주택공급 목적의 사업부지 매입시 주택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예비심사 과정이 추가돼 분양사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에 침체에 빠지면서 지난 11월 도내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2.1로, 전국(114.4)에 비해 크게 밑돌았다.
건설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들도 지역주민 반대, 환경이슈 등으로 지연ㆍ중단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찬반 양측의 의견대립 심화로 행정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며,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환경단체 반발로 지난해 8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한은 제주본부는 “제주지역 건설경기는 민간주택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지역 건설업계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등 중단됐던 일부 민간사업이 재개되거나 각종 개발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건설경기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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