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의 해가 밝았다.
지구촌 최대 축제인 하계올림픽은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열린다. 세부 경기의 금메달 수는 모두 339개다. 메달 종목은 남자 165개, 여자 156개, 혼성 18개로 이뤄진다.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 이상을 따내 종합 순위 10위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한국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4회 연속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아테네올림픽과 리우올림픽에서는 금메달 9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금메달 13개를 수확했다.
체육회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역시 양궁, 태권도, 펜싱, 사격 등 효자 종목이다. 특히 리우올림픽에서 4개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은 이번에 혼성 종목까지 신설돼 금메달 5개 싹쓸이를 노릴 수 있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가 12년 만에 부활한 야구,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여자골프에서도 ‘금맥’을 캔다면 목표 달성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 야구는 베이징올림픽 당시 9전 전승 금메달, 골프는 리우올림픽 때 박인비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서 5회 연속 10위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의 전통 효자 종목들이 전력 평준화 속에 힘을 잃었다. 올림픽을 앞둔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친 유도와 레슬링, 배드민턴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고 메달이 전부는 아니다. 최근 흐름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리우올림픽부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대표되는 성숙한 응원 문화가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고개를 들지 못하던 태극전사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이들을 향한 실망 섞인 시선도 많이 줄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태극전사들이 주는 감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사격 황제’ 진종오(41)는 불혹이 넘어 자신의 한계에 또 다시 도전한다. 베이징올림픽부터 금메달 3개를 내리 따낸 50m 권총 종목이 도쿄 대회에서 폐지되면서 10m 공기권총에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진종오를 두고 ‘훈련에 전념하지 않고 방송 활동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진종오는 “운동 선수는 운동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저도 제 앞가림은 하는 나이인데…”라며 걱정 말라고 한다.
런던의 영웅이었던 ‘도마의 신’ 양학선(29)과 레슬링 김현우(32)는 도쿄에서 유종이 미를 꿈꾼다. 양학선은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 체조 사상 최초로 도마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의 영광은 잠시였고, 이후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에 리우올림픽 직전 아킬레스건 파열로 ‘양학선은 끝’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당시 양학선은 “정상에서 지하 100층까지 떨어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체조계에서는 양학선을 포기했을지 몰라도 본인은 끝까지 자신을 다잡았다. 그 결과, 2019년 국제체조연맹 월드컵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며 도쿄올림픽의 기대감을 키웠다. 김현우 역시 눈에 피멍이 든 상태에서도 ‘핏빛 투혼’을 발휘해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하락세를 겪었지만 도쿄에서는 후회 없는 한판을 준비 중이다.
태권도 간판 이대훈(28)은 ‘2전3기’를 노린다.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무대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던 그는 런던올림픽 은메달, 리우올림픽 동메달 등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아버지 여홍철에 이어 2대째 올림픽 출전을 예고한 ‘도마 요정’ 여서정(18), ‘마린 보이’ 박태환(31) 이후 한국 수영의 메달 기대주로 꼽히는 김서영(27) 또한 의미 있는 올림픽 여정에 나선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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