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퇴 시 1948년 제헌의회 200명보다 적은 187명 국회 돼
국회 표결ㆍ의장 결재 필요… 여당은 정치공세로 보고 방관할 듯
자유한국당이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대안신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독주에 항의하며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던졌다. 2019년 12월 현재 재적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 5명을 제외한 295명이다. 한국당 의원 108명이 모두 사퇴하면, 300개 의석으로 출발한 20대 국회는 187석으로 쪼그라든다. 1948년 출범한 제헌 의회(200석)보다 축소되는 것이다. 더구나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제1야당이 빠지고 집권여당과 소수정당만 국회를 운영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회의원직은 던지고 싶다고 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원직 사퇴가 확정되려면 표결을 통한 국회 차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법은 ‘회기 중 국회의원이 사퇴하려면 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하고 있다. 정치적 외압을 차단하고, 입법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 하려면 민주당 의원들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국당의 총사퇴 선언을 정치 공세로 보고, 사퇴서 표결 등 후속 대응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1일 YTN라디오에서 “외부에 투쟁의 의지를 내보이는 정도이지,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이 결재해야 의원직 사퇴서가 처리되지만, 문희상 의장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 해 3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여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만류해 민 의원은 의원직을 지켰다.
헌법 41조 1항에는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선 의원 수가 200명 아래로 떨어지면 국회가 ‘자동 해산’된다고 본다. 한국당 의원들의 총사퇴로 민주당 의원들까지 강제 중도 사퇴하게 된다는 뜻이지만, 학계에서 공인된 견해는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석의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며 여지를 두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