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표시로 경례” 변명… 미국 사회 충격
미국의 교도관 양성 교육기관에서 ‘나치식 경례’를 하다 적발된 생도들이 무더기 퇴출됐다. 별다른 고민 없이 ‘존경’의 의미를 표했다지만, 최근 점증하는 미국 내 반(反)유대주의 기류(31일자 14면)와 맞물려 혐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州)정부는 지난 30일(현지시간) 교도관 훈련소 내 나치 경례 파문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생도들이 교관들에게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수시로 나치식 경례를 했다”고 밝혔다. 나치식 경례 사진에 등장한 훈련생도 34명 전원은 퇴학 처리됐고, 교관 4명도 관리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무급정직에 처해졌다. 경례 당사자인 캐리 버드 교관 등 3명은 이미 파면됐다.
이번 조사는 이달 초 나치식 경례 장면이 담긴 훈련생도들의 단체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자 진상규명 차원에서 실시됐다. 조사단은 교육과정 18반에 소속된 일부 생도들이 2, 3주차 훈련에서 특정 교관에게 나치식 경례를 시작한 뒤 나머지 급우들도 이를 따라 했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여러 생도가 손짓의 역사적 유래를 인식해 동참하지 않았다”며 “동조 압박을 받은 일부도 우려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짐 저스티스 주지사는 별도 성명에서 “이런 행동에는 퇴학이나 파면과 같은 대가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대인 사회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속출해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앞서 유대교 최대 축제 ‘하누카’ 기간인 지난달 28일에도 뉴욕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흉기 난동으로 5명이 다쳤다. 특히 반대유 범죄를 저지른 범인 중 상당수가 아돌프 히틀러 등 과거 나치 세력을 추종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뉴욕 사건의 용의자 그래프턴 토머스도 일기장에 나치 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휴대폰으로 히틀러가 유대인을 증오한 이유를 최소 4차례 검색했다”며 극단주의에 경도된 의도적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브라힘 후퍼 미ㆍ이슬람관계위원회(CAIR)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통해 반유대주의와 다른 형태의 편견 및 증오가 미국 전역에서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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