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0.4% 오르며 역대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가 다소 얼어붙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의 가격하락과 무상교육 등 정부정책이 물가를 크게 끌어내리면서다. 다만 통계청은 “내년은 올해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을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4%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이 1% 미만을 기록했던 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과 국제유가 급락, 메르스 충격이 덮쳤던 2015년(0.7%) 두 차례뿐이었다.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농축수산물과 석유류의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3.7% 올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7% 감소했기 때문이다. 석유류의 경우 유가하락 등 공급 측 요인으로 5.7% 하락하면서 물가를 0.26%포인트나 끌어내렸다.
복지를 확대하는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0.5% 하락해 전체 상승률을 밑돌았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무상교육,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정부 정책효과로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목하는 농산물ㆍ석유류를 집계에서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연간 0.9%에 그쳤다. 이는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0.7% 오르는데 그쳐 1999년(-0.2%)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낮은 물가상승률에 기여했다는 뜻이다.
다만 통계청은 디플레이션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이두원 과장은 “내년에도 고교 전면 무상교육이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같은 물가 하락요인이 있긴 하다”면서도 “공산품, 석유류에서 (가격하락) 기저효과가 사라진다면 올해보단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부분은 지금으로서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12월 소비자물가는 105.12(2015년=100)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0.7% 올라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채소류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축수산물로 인한 물가 하락폭이 축소됐고, 석유류 가격이 3.8%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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