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투숙객 300여명 대피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앞둔 31일 올해 4월 화마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강원 고성과 강릉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했다.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동시에 내려졌던 두 곳의 산불은 한때 맹렬한 기세로 타올라 고성의 한 리조트에 머물던 관광객들이 놀라 긴급히 몸을 피하기도 했다. 연말 마지막 날 닥친 세밑 산불에 주민들은 가슴을 졸였다.
강원도 산불방지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18분쯤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에 있는 사찰인 화암사 인근 야산에서 불이 시작됐다. 야간이라 진화헬기를 띄울 수 없는 상황에서 불길이 초속 5m 바람을 타고 번져 나가자 인근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에 묶고 있던 관광객 1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산림당국은 진화차 등 장비 179대와 617명을 즉각 투입해 오전 2시40분쯤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다. 이 불로 산림 0.5㏊가 잿더미가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산불이 발생한 곳은 지난 4월 고성과 속초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토성면 원암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주민들은 밤새 만약의 상황에 몸서리쳐야 했다.
또 이날 오전 2시56분쯤에는 강릉시 죽헌동 저수지 인근 야산에서도 불이 나 산림 0.1㏊를 태웠다. 당시 강릉지역에도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동시에 내려져 있었다.
불이 나자 산림ㆍ소방 당국은 진화 차량 등 장비 19대와 인력 95명을 투입, 50여분 만에 큰 불길을 잡은 뒤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 당국은 강릉지역엔 불에 잘 타는 소나무 숲이 많은 만큼 재발화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한파주의보가 발효중인 강릉의 오전 5시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진화 작업에 투입된 대원들이 호스를 산으로 옮겨 물을 뿌리는 데 평소보다 힘들었다.
산림당국과 경찰은 현장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산불 원인을 조사 중이다. 강원도 동해안산불방지센터 측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인해 산불위험이 높은 상황이니 불씨 취급에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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