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아버지가 30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부모로서의 걱정을 털어놨다. 툰베리는 환경운동가가 된 뒤 훨씬 행복해하지만, 딸을 향한 일부의 독설과 증오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스반테 툰베리는 이날 영국 BBC 라디오4 ‘투데이 프로그램’ 인터뷰를 통해 “딸이 기후변화 투쟁의 최전선에 서는 것은 안 좋은 생각이라고 봤다”며 “‘기후파업’을 위해 학교를 결석하는 것 또한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국회 앞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는 곧 전세계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기후파업’ 시위로 확산됐다.
툰베리의 아버지는 딸이 기후파업을 시작하기 전 3~4년간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딸이 말하기를 멈췄고, 학교에 가는 것도 중단했다”면서 “자식이 식음을 전폐한 건 부모로서 최악의 악몽이었다”고 회상했다. 가족들은 집에서 툰베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회복을 도왔다. 바로 이 무렵부터 가족끼리 기후변화에 대해 토론, 연구하기 시작했고 툰베리가 각별한 열정을 보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딸과 달리)나와 내 아내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라며 툰베리가 한때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부모를 ‘위선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딸의 활동을 막을 이유를 찾지 못해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맘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어머니가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결심하고, 아버지는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는 등 보다 친환경적인 사람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툰베리도 기운을 얻었다.
툰베리의 아버지는 딸이 올해 미국 뉴욕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요트를 타고 바다를 건널 때도 곁을 지켰다. 그는 “나는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기후를 구하기 위함이 아닌 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대서양을 건너 회의장에 도착한 툰베리는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성토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또 딸이 환경운동을 하면서 바뀌었고, 매우 행복해한다고 전했다. 다만 “변화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툰베리에 대해 꾸며내는 모든 가짜뉴스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증오가 우려된다”며 “가족들을 위해 모든 상황이 ‘덜 지독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딸이 이러한 비난에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대처하고 있다”며 “그 애는 대부분 웃어 넘긴다”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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