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벌어졌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간 말다툼 소동과 관련, 닷새 만에 양측에서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내놨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대기업 총수 일가의 내부 충돌이 외부로 알려진 사실에 대한 부담으로 읽힌다. 하지만 모친과 뜻을 같이 하면서 한진가(家) ‘남매의 난’의 또 다른 축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측에선 “여전히 기존 입장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30일 조 회장과 이 고문의 공동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 드린다”며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하였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하였다”고 밝혔다. 또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며 ‘가족간 화합’을 강조했다.
외형적인 측면에선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에 나온 공동 명의의 사과문은 모친 자택에서 벌인 조 회장의 물리적 행동에 대해서만 국한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모친의 자택에서 대화 도중 언성을 높이면서 거실 내 화병 등이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없었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날 사과문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25일 벌어진 소동에 대한 ‘두 사람 간’의 화해 메시지”라며 ‘가족간의 화합’에 대해서는 “두 분이 화해를 했으니 나머지 분들도 잘 화합해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조 회장과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사이는 여전하단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조 전 부사장측도 달라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이번 사과문과 관련해, 현재 조 회장이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경영하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주주들과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진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기업 경영권 분쟁 분야에서 유명한 법무법인 원을 찾아갔다는 건 확실히 경영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 회장과 모친의 화해가 한진가 그룹에서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단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확인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대립의 골도 깊다. 조 회장은 지난 달 뉴욕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선 “둘 다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단행된 한진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선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빠졌다.
한편 현재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 고문 5.31%로 유족 4명의 지분율이 엇비슷하다. 한진그룹의 '백기사'인 델타항공은 10.0%, 역시 그룹의 우호 세력으로 알려진 반도건설이 계열사인 대호건설을 통해 한진칼의 지분 6.28%를 갖고 있다. 또한 강성부펀드인 KCGI가 17.29%, 국민연금이 4.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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