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출신 김동철ㆍ박주선ㆍ주승용 “검ㆍ경 겁박 흉기” 이유
선거법 공조 위해 그동안 침묵… 文 지지자들 전화ㆍ문자 쇄도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29일 “전화ㆍ문자폭탄을 받고 있다. 참담하다. 그러나 저는 ‘친문(친문재인) 홍위병들’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부터 친문 성향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면서다.
4선인 김 의원은 최근 “‘4+1’ 협의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대안신당)가 마련한 공수처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내 또 다른 4선 중진인 박주선ㆍ주승용 의원도 잇따라 반대 뜻을 밝혔다. 4+1 협의체 소속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도 찬성표를 던졌던 이들이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샤이(shy) 반대파’가 결집해 4+1 합의안이 부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깜짝 변수가 4+1 공조를 흔들지는 못했다. 막상 표결에 들어가자 주 의원은 찬성으로 돌아섰고, 김 의원은 기권했다. “애초 세 의원이 부결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바른미래당 당권파의 한 의원은 전했다. 그러면 왜 이들은 돌연 ‘공수처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걸까.
당권파의 말을 종합하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들은 줄곧 여당의 공수처 법안에 우려의 뜻을 밝혀왔다고 한다. 판ㆍ검사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서라면 이미 있는 ‘상설특검’ 제도를 활용하면 되고, 검ㆍ경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이 검찰의 간섭과 방해 없이 판ㆍ검사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공수처 설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공수처는 정부ㆍ여당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검경과 법원을 겁박하고 통제하는 흉기로 둔갑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그간 이 같은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4+1 공조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이 강하게 추진해 온 선거법 개정안이 4+1 공조 속에서 통과했고, 자신들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4+1의 공수처 단일안이 가결될 것이란 계산이 서자 부작용에 대한 경고음이라도 내는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민주당 출신 세 의원이 나란히 반대 의견을 낸 배경에 문 대통령에 대한 ‘사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 의원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일 때 당내 대표적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의원 모임’을 이끌며 당시 문재인 당대표의 퇴진을 주장했다. 당시 최고위원을 맡고 있던 주 의원도 ‘친노 패권주의’를 주장하며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이 사퇴한 일화가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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