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만 해도 민주-한국 표계산 치열
권은희 수정안 부결 후 한국당 퇴장 끝 표결 통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30일 국회에는 종일 전운이 감돌았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대안신당)와 자유한국당은 매직넘버(의결정족수) ‘148석’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숫자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오후 6시 본회의가 시작된 뒤 큰 충돌은 없었고,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뒤 공수처법은 무난히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표결 통과를 자신하면서도 이탈표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표결 직전인 오후 5시 30분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역사의 진전을 차질 없이 완수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뜻과 의지를 모아주기 부탁 드린다”다고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권은희 공수처안’을 대신 통과시키는 방안을 논의하며 4+1 협의체 단일안 저지에 안간힘을 썼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범여권을 향해 “헌법 사상 최악의 법이 20대 국회를 통과하는 데 협조한다면 역사가 여러분을 어떻게 기록할지 두려운 마음으로 행동하라”고 압박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6시쯤 본회의장에 입장, ‘문 정부 범죄은폐처-공수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본회의장 연단 주변을 점거했다. 그러나 본회의장 질서유지권이 발동돼 국회 경위들이 한국당 의원들의 의장석 점거를 막았고, 약간의 실랑이 끝에 의장석에 진입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후 6시 34분 회의 개의를 선언하며 회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한국당은 권은희 수정안 무기명 투표안을 발의했지만 부결됐고, 결국 권은희 안 부결에 이어 4+1 공수처 법안이 오후 7시 3분 본희의를 통과했다. 찬성 159명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표차였다.
앞서 양측의 날카로운 신경전 속에서도 다소 여유를 보인 건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이탈표까지 감안해 수 차례 표 계산을 한 결과 “(공수처법이)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실제 민주당(129명)을 비롯해 4+1 소속 의원만 합쳐도 이미 의결정족수를 넘긴 157명이다. 여기에 친여 소속 문희상 국회의장, 손혜원 무소속 의원 등까지 합치면 160석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는 게 민주당 계산이었다.
반면 한국당은 의원들의 사활이 달린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과 달리 공수처법안에 대해서는 4+1의 관심이 느슨하다고 보고 ‘갈라치기’ 작전에 주력했다. 한국당(108명)과 바른미래당 공수처 반대파(14명) 등을 모으면 140명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자 한국당 지도부가 예산 처리에 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에도 별다른 저지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한국당은 의총을 거쳐 예산부수법안 3개(무역보험제도 동의안, 한국장학재단채권 국가 보증 동의안, 2020 발행 예보기금 채권상환기금 국가 보증 동의안)의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풀기로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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