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ㆍ盧 정부 때 추진했다가 좌초
文 정부 출범하며 “檢 개혁” 재탄력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대안신당)’가 주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30일 천신만고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정대로라면 내년 7월께 공수처가 신설된다. 1996년 처음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23년여 간 추진과 무산을 반복해온 역사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공수처 논의의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참여연대는 노태우ㆍ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 입법을 청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받아, 1년 후 치러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DJ) 대통령이 ‘부패방지법 제정’을 공약했다. DJ 정부는 집권 후인 1999년 ‘공직비리수사처’란 기구를 만들어 당시 부패 사정의 중추였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검찰과 야당의 반발에 무산됐다. 결국 2001년 전담수사기구가 빠진 부패방지법이 제정돼 부패방지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가 신설되는데 그쳤다.
2003년 들어선 노무현 정부도 재차 공수처 신설을 추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非)검찰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며 검찰개혁과 함께 공수처 설치에 시동을 걸었다. 2004년 11월 공수처를 부패방지위원회 아래 두는 내용의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검찰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불과 7개월 전 총선에서 공수처를 공약했던 한나라당도 “야당 탄압 기구”라고 돌변하면서 반대에 가세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자서전 ‘운명’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했다면 국회의원을 수사대상에서 빼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며 당시 여권의 협상력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후에도 검찰 개혁 필요성이 커질 때마다 공수처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지만, 번번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전ㆍ현직 검사 수십 명이 부산 건설업자로부터 금품과 성 상납을 받은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졌다. 이에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 논의가 제기됐지만 흐지부지됐다. 2012년 대선에선 ‘특별감찰관+상설 특별검사’ 도입을 공약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공수처 설치를 주장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면서 공수처 논의는 한동안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다.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다. 대선 당시 공수처 설치를 1호 공약으로 내건 문 대통령과 여당이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구체화 됐다. 여기에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2016년 진경준ㆍ홍만표 등 전ㆍ현직 검사장들의 비리에 대한 반감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황제조사’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공수처 설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된 것도 한몫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공수처법은 지난 4월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이달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4+1 협의체’는 이중 백혜련 의원안에 대해 156명의 서명을 받아 24일 수정안을 제출했고,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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