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민병대 군사시설을 공격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공격으로 사망한 데 대한 보복공격이라지만 사실상 이란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추가적인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라크 내 군사기지에 대한 반복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정밀방어타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F-15 전투기 편대를 투입해 규모가 크고 이란과도 밀접한 시아파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이라크(3곳)와 시리아(2곳) 내 군사시설 총 5곳을 공격했다. 이번 공습으로 카타이브-헤즈볼라 사령관 4명을 포함해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공습을 설명하면서 이란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이번 공습은) 이란이 미국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명확히 이행한 단호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이라크 시설과 미국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다른 시설들에 대한 공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미국이 2015년 체결한 이란과의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최대 압력’ 전략의 일환으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확대하면서 양국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다. 미국은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군의 감시용 드론 격추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등 올해 중동에서 벌어진 군사 공격들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추가적인 (군사)행위도 단행할 수 있다”며 이란을 거듭 압박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미군의 공격을 ‘명백한 테러리즘 사례’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란 외무부는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다에시(이슬람국가ㆍIS의 아랍어식 약자) 테러리스트와 싸우기 위해 중동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이 거짓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카타이브-헤즈볼라 창설자로 시아파민병대에 영향력이 큰 자말 자파르 이브라히미도 “순교자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대응은 이라크 주둔 미군에 매우 가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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