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론을 냈다. 최근 정부 인허가 절차를 모두 끝낸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달리 이번 건은 ‘합병’까지 수반된 작업이어서 최종 승인을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가 필수다. 하지만 방통위 심사 기준은 콘텐츠 성격 및 제작 능력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이변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이로써 내년 상반기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KT와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전 CJ헬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 등 통신사 중심의 ‘빅3’ 체제로 재편될 조짐이다.
◇SKT 시장 지배력 전이 견제 조건 부과
과기정통부는 30일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인수합병(M&A) 신청 건에 대해 조건을 부과해 인가했다고 밝혔다. 티브로드의 모회사인 태광산업은 M&A로 티브로드를 흡수하는 SK브로드밴드의 지분 16.79%(2대 주주)를 보유하게 되고 SK텔레콤은 74.37%로 최대주주가 된다.
과기정통부에선 인수 조건으로 현재 국내 이동통신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이번 M&A로 더 강화되거나 유료방송시장까지 과도하게 전이될 가능성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약 311만명의 티브로드 가입자 가운데 인터넷전화나 초고속인터넷 없이 케이블TV 상품만 이용 중인 가입자는 256만명에 달한다. SK텔레콤이 자금력을 앞세운 결합상품 할인 혜택으로 이들을 자사 이동통신 가입자로 끌어들이면 지배력 강화는 불가피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티브로드 가입자가 SK텔레콤 결합상품으로 옮겨 갈 경우엔 SK텔레콤 이동통신 점유율은 최대 1.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티브로드 서비스 권역 23곳에선 SK텔레콤이 티브로드와 묶은 결합상품 할인 혜택을 KT, LG유플러스 이용자에도 동등하게 제공하도록 했다. 즉, 이 지역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도 티브로드와 결합 시 SK텔레콤 가입자와 동일하게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SK브로드밴드는 합병일로부터 3년 내 결합상품에 신규 가입하거나 계약을 갱신하는 가입자에게 1회에 한해 결합 해지에 따른 위약금 부과 금지 조건도 달렸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SK텔레콤은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결합상품 시장의 지배력이 굉장히 크고 경쟁사 대비 자금력이 3, 4배는 많은 기업”이라며 “티브로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잘못 판단하거나 피해를 입을 경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자 위약금 부과 금지 조건을 걸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모 키운 경쟁력 필요” 공감
이제 남은 절차는 방통위 사전동의뿐이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등장으로 국내 미디어 환경은 무한 경쟁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기업과 싸울 만한 ‘덩치’가 필요하단 점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방통위의 사전동의 심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단 얘기다.
한편 현재 유료방송 1위인 KT는 다급한 입장이다. 빨라진 경쟁사들의 추격에 제자리에서 발만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유료방송시장 내 같은 계열사 합산 점유율 상한을 33%로 제한하는 규제에 발목이 잡힌 데다, 내년 새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전환까지 더해지면서 당장 대응에 나서기엔 무리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케이블 추가 M&A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적극적 콘텐츠 투자 등을 위해선 가입자 기반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홍진배 통신정책관은 “이번 합병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혁신의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기업의 노력에 대해 산업 발전과 이용자 편익 향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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