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대결구도를 앞세워 연임을 노리고 있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내달 11일 치러질 총통선거를 보름 앞두고 재차 ‘중국 위협론’을 꺼내 들었다. 현재 홍콩의 혼란이 대만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반중 여론을 자극하는 식으로 승기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A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29일 TV 토론회에서 ‘대만을 홍콩ㆍ마카오처럼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나라 두 체제) 방식으로 통일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언급한 뒤 “1월11일 선거는 대만이 계속 자유롭고 민주적인 생활방식을 이어갈 지 결정하는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세력 확대 기도 속에서 우리 주권을 지키는 건 대만 지도자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번 선거 국면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집권 민진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치명상을 입었지만 홍콩 시위를 계기로 대만 내에서도 일국양제에 대한 회의론이 퍼져나가면서 지지율이 반등했다. 현재 주요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과 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시장 간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재선이 확실시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도 강경 대응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첫 독자 건조 항공모함 산둥(山東)을 대만해협에 보내 차이 총통을 견제한 데 이어 30일에는 홍콩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란 듯이 공개한 것이다. 훈련은 홍콩 인근 해역에서 수상한 선박을 발견한 육군 특전대와 해군 함정이 이에 접근해 제압하는 시나리오로 전개됐지만, 새해 첫 날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홍콩 시위대에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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