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왕산기념관 사무국장에 유족 기피 인물 내정 반발 초래
경북 구미가 낳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왕산 허위 선생 기념사업과 관련한 갈등이 해를 넘기게 됐다. 구미시 산동면 신개발지에 조성한 광장과 누각 명칭을 놓고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엔 왕산기념관 사무국장 선임을 두고 시와 유족 측이 대립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왕산기념사업회 등에 따르면 기념사업회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사무국장 3년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차기 사무국장으로 전 양포동장인 A씨를 선임키로 했다. A씨는 현재 공로연수 중이다.
하지만 A씨가 그 동안 왕산 허위 선생을 기리는 광장과 누각의 명칭 변경에 앞장서 왔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양포동 통장협의회 등 13개 단체 등과 함께 반대서명운동 등을 주도해 왔다.
이에 왕산 허위 선생 유족이 반발하고 나섰다. 왕산 선생의 장손 허경성, 며느리 이창숙 씨는 “A씨가 기념관 사무국장으로 오고 싶다면 광장과 누각의 명칭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될 일”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명칭 지우기에 앞장섰던 인물을 사무국장으로 오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도 30일 성명서를 통해 “왕산 허위 선생을 기리는 광장과 누각 이름 지우기에 앞장섰던 인물을 신임 사무국장에 선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무국장에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념사업의 취지를 알고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를 비롯해 구미시와 왕산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최근 허경성 옹과 이창숙 여사의 대구 자택을 직접 찾아가 설득에 나섰지만 무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미시가 사무국장 선임에 아직 퇴직하지도 않은 특정 공무원을 이사회에 추천하면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사전에 기념사업회와 협의를 통해 신임 사무국장을 선임한 것으로 일방 통보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 10여년 동안 친손자 허경성 옹이 왕산기념사업회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미시 왕산기념관 운영위원회 조례에 따르면 사업회 이사에는 부시장과 공무원, 교수, 유족 대표 등 9명이 위촉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관계자는 “왕산 허위 선생을 기리는 사업에 후손이 빠져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제라도 구미시와 왕산기념사업회는 후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분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산 선생의 후손들은 지난 2004년 농협으로부터 6억원을 대출해 왕산 생가터 2,000㎡를 매입, 왕산기념관 조성을 위해 구미시에 기부 채납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는 경북 구미시 산동면 확장단지에 ‘산동물빛공원’을 조성하면서 공원 내 광장은 왕산광장, 누각은 왕산루로 정했으나 명칭변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왕산 허위 선생은 1855년 경북 선산군 구미면 임은리(현재 구미시 임은동)에서 태어났다. 13도 창의군 총대장을 맡아 1908년 일본 통감부 공격을 위해 선발대 300명을 이끌고 서울진공작전을 지휘했다. 항일의병활동 중 일본군에 붙잡혀 1908년 9월27일 경성감옥(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14명이나 독립운동에 참가한 왕산 가문은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항일 가문이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그림 2경북 구미시 임은동 왕산허위선생기념관 내 허위 선생의 흉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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