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사장 내정됐었다는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도 회장 꿈꾼 적 있다는 소문 파다
경영권 분쟁은 이미 ‘루비콘 강 건넜다’는 관측 무성
※편집자주:‘Biz 잠망경’은 정부나 기업의 발표 뒤에 감춰져 있는 진실, 그리고 뒷얘기를 파헤쳐 독자 여러분들에게 친절히 설명해 드리는 온라인 칼럼입니다.
지난 11월29일 한진그룹의 임원 인사 발표를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한항공 한진칼 한국공항 등 주요 기업의 사장이 임명되었다. 하지만 서용원 ㈜한진 사장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한진그룹 인사 발표를 보면 용퇴한 것으로 되어있는 서 사장의 후임에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노삼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부임한다고 되어있다.
사장이 아니라 부사장으로 승진이다. 이상하지 않나. 경영권 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그룹 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인 ㈜한진 사장 자리에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진그룹은 30일 “내년 3월 주총까지는 서 전 사장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한진그룹 내에서 고위직 사람들은 대체로 알고 있는 분위기다. 그 자리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자리라는 것을.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 사장 자리에 내정이 되어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그래서 내년 3월 주주총회 이전까지 여론의 추이를 살피기 위해 ㈜한진 사장 자리에 후임자를 발령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여론이 잠잠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한진그룹 인사가 난 뒤에도 조 전 부사장은 20여일간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상황이 바뀐 것이다. 내부의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가족 간의 문제일 것으로 한진그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유가 뭐든 조 전 부사장이 ㈜한진 사장 자리에 갈 수 없게 된 것이라고 관측된다. 그래서 지난 23일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관측이다. 그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과는 다르게 그룹이 경영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반격을 결행했다. 법무법인을 동원해 소송 등의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불만의 크기가 심상치는 않은 것 같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의 한진그룹 복귀가 미뤄지거나 상당기간 봉쇄됐다는 것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의 입장에서는 수 백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도 벅찬데 월급도 받지 못하니 뿔이 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땅콩회항’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이미 수년간 경영권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더했을 것이다. 조 회장의 한진그룹 장악력이 점차 강화되면서 조 전 부사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밀려나고 있다는데 대한 불안감도 커져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의 반격에 조 회장이 발끈한 것은 당연할 지 모르겠다. 장남인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에게 찾아가 행패를 부린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 게다. 꽃병이 깨지고 핏물이 떨어질 정도라면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것이 사진과 함께 언론에 공개된 것도 간단하게 볼 일은 아니다. 이미 채증 작업까지 완료가 됐다는 얘기다. 관련 영상물은 없겠는가. 언젠가는 공개될 것이다. 서둘러 조 회장과 이 고문이 언론에 공동사과문을 발표하는 시늉을 했지만 일시적인 봉합일 뿐이다. 이미 이 사건은 한진그룹 가족간 경영권 혈투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에 불과하다. 과거 현대그룹이나 삼성, 롯데의 사례를 미루어 짐작하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얘기다.
조 회장의 폭력은 어머니가 자신을 도와주지 않고 장녀의 편을 들었거나 부추긴 것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하지만 한진그룹 일각에서는 한때 이명희 고문이 회장으로 취임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 적이 있다. 권력 앞에서는 자식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희 고문의 갑질사건 등이 터지면서 회장 취임은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조원태 회장의 취임에 조씨 일가 모녀가 그리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은 틀림없다. 대한항공이 행여 ‘여인천하’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재우 산업부 선임기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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