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노인 325만명에게 매달 최대 3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깨질 상황에 놓였다.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 등으로 인한 정치적 대립에 휩싸여 이달 내내 민생법안 처리를 방치하면서 기초연금법 개정안 연내 처리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농어민과 장애인 등 저소득층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늘리는 국민연금법ㆍ장애인연금법 개정안도 같은 상황이다. 예산까지 확보된 세 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치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는커녕 망가뜨리는 모양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월 최대 3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대상을 현행 소득하위 노인 20%(156만명)에서 40%로 확대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이달 2일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단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되지 못했다. 농어민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 종료시기를 올해에서 2024년으로 연장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월 최대 30만원의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 지급 대상을 현행 생계ㆍ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주거ㆍ교육급여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하는 장애인연금법도 마찬가지다. 법사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단 두 차례 열렸을 뿐이다.
복지부 실무자들은 내달 15일까지는 세 개정안 모두 본회의를 통과해야 1월부터 지원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법안이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도 공포돼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실무작업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당초 복지부는 이달 중순이면 세 법안 모두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까지 여야 관계자들을 모두 만났지만 인사청문회에만 관심이 있었다”라면서 “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공포되기까지 필수적인 입법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연내 입법은 물 건너간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내년 2월 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더라도 1월 치 지원액을 소급 적용하도록 법안을 수정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복지부는 소급적용은 가능하면 피해야 하는 최악의 수라는 입장이다. 전산체계 수정 등 후속작업을 하느라 지원시기가 4월까지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이나 노인 등 많은 국민이 1월부터 인상된 금액이 나올 것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현행 기초연금 25만원에서 늘어나는 금액인) 월 5만원이라는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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