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가 벌금 부과는 물론 구금까지 할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중국 의학계의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폭력을 경험한 의료진이 전체의 3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BBC방송은 29일(현지시간) “중국의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의료 종사자들의 안전과 존엄성을 위협하거나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기본 의료위생ㆍ건강촉진법’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의료 환경을 훼손하거나 의료 종사자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구금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내년 6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근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료진 폭행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베이징의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가족이 추가 검사를 거부하는 의료진에게 흉기를 휘둘러 의사 한 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과 흉기 난동 등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법ㆍ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중국에서 의료진의 안전이 위협받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의학박사협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66%의 의사들이 환자와 갈등을 겪었고, 30% 이상이 폭력을 경험했다. 중국 국영 CGTN방송은 “폭력과 관련된 의료사고는 2018년에만 최소 12건이 발생했고 의료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런민대 저널리즘스쿨은 올해 3월 지난 10년간 의료진 폭행을 다룬 295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 24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362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처벌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왕젠유 변호사는 “개별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분쟁과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의 근무여건 개선, 환자를 배려하는 병원 행정, 의료진ㆍ환자 간 갈등 해결 창구 마련 등을 제안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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