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히 빛난 별 … ‘선넘규’ 장성규ㆍ‘미스트롯’ 송가인
스타는 종종 비제도권에서, 음지에서 급부상한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좀 튀는’ 아나운서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장성규가 유튜브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연예계의 중심 인물로 성장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JTBC의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직업 체험 예능 ‘워크맨’을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같은 곳이 제작한 박준형의 ‘와썹맨’ 아류가 아니냐는 평을 들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장성규의 인기 비결은 ‘선넘규’라는 별명으로 간단히 요약된다. 제도권 방송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발언과 유머로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그의 돈키호테 같은 매력에 대중은 기꺼이 ‘구독’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구독자 수는 7개월 만에 360만명을 넘어서며 일찌감치 ‘와썹맨’(230만명)을 압도했다. 케이블 채널은 물론,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한 그는 201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장성규가 예능계 샛별로 떠오르는 동안 가요계에선 송가인이 올해의 신데렐라 자리를 차지했다. 종편채널 TV조선의 트로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 우승자인 송가인은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이후 대형 스타가 없었던 트로트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며 주목받았다. 송가인이 지핀 트로트 열풍의 불씨는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유재석이 이어 받았다.
현대 감성과 복고가 만나 만들어낸 ‘뉴트로’ 열풍은 30년 가까이 잊혔던 가수를 다시 소환하기도 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1990년대 TV 가요 프로그램의 유튜브 영상을 지켜보던 밀레니얼 세대는 중년들에게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던 가수 양준일을 ‘탑골 GD(빅뱅 멤버 지드래곤)’라 부르며 순식간에 ‘인기 스타’로 탈바꿈시켰다. 양준일 자신의 표현대로 ‘재방송’이었던 그의 존재가 ‘생방송’으로 변한 것이다. 미국에서 거주하다 뒤늦게 국내에서의 인기를 알게 된 양준일은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출연을 계기로 가수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 우리를 떠난 별 … 설리ㆍ구하라ㆍ전미선
올해는 유독 대중문화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한 달 사이 잇따라 생을 마감한 그룹 에프엑스 출신 설리와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의 사망 소식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2000년대 말 비슷한 시기에 아이돌 그룹 활동을 시작하며 친분을 쌓은 그들은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당시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여성 그룹의 멤버였고 늘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가수와 배우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능의 한계를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갔고, 기획사나 대중이 요구하는 전형성을 거부했다.
설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드러냈고 생각을 표현했다. 타인이 강요하는 이미지로 자아를 위장하는 대신 자신이 삶의 주인임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그에게 쏟아진 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악플과 주제 넘은 훈수였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남성의 욕망에 부합해야 한다는 왜곡된 문법을 깨버린 설리에 대한 남성 소비자들의 여성 혐오적 공격”으로 풀이했다.
구하라도 여성 혐오의 피해자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는 불법촬영과 이에 따른 2차 피해로 고통받은 데다 전 남자친구와의 법적 공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설리의 사망 소식에 ‘네 몫까지 살겠다’던 구하라는 친구를 떠나 보낸 지 40일 만인 11월 24일 세상과 이별했다. 유재석은 이달 28일 열린 SBS ‘2019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 소감으로 “(구하라와 설리가)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지내기 바란다”고 추모했다.
앞서 6월에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오가며 뛰어난 연기력을 보였던 배우 전미선이 전북 전주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겨줬다. 또 2012년 엠넷 ‘보이스 코리아’에 출연해 빼어난 가창력으로 주목 받았던 가수 우혜미도 자신의 꿈을 다 펼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안타까운 소식은 이달까지 이어졌다. MBC 드라마 ‘하자있는 인간들’에 출연 중이던 신인 배우 차인하는 이달 3일 27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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