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드러난 불공정의 민낯에 청년들은 분노했다. 정초부터 세밑까지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이 지겹게 되풀이됐고, 손끝에 잠시 닿았던 한반도 평화 무드마저 속절없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국민적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좀처럼 희망을 품기 어려웠던 2019년 한 해, 아쉬움은 곳곳에 흐릿한 흔적으로 쌓였다.
#조국 사태가 남긴 숙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조국 사태를 통해 드러난 불공정한 계층적 병폐를 비판하는 집회가 줄을 이었다. 한편으로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으로 나뉜 광장의 구호는 연말에 이르러 ‘검찰 개혁’ 대 ‘문 정부 타도’로까지 증폭됐다.
#난장판 동물 국회
정치권은 일년 내내 대립했다.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 안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충돌 사태를 바라보며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이어서 제1야당이 릴레이 삭발과 단식 등 장외 투쟁을 벌였고 여당은 포용의 정치를 포기했다. 극한 대치는 2019년 세밑 절정에 달했다. 27일 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고 의장석 주변에선 ‘돌격’을 ‘육탄 방어’하는 활극이 벌어졌다.
#얼어붙은 한반도 평화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남북 관계에도 균열이 감지되던 6월 판문점에서 남ㆍ북ㆍ미의 깜짝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한반도 평화’에 새 이정표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비핵화 절차에 있어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고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에 다다르고 있다.
#일본 제품 사지 않습니다
7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 정부의 비이성적 조치에 우리 국민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를 내건 불매운동은 2019년 하반기 내내 이어졌다. 그로 인해 일본 여행객이 감소하고 일부 항공 노선이 폐지되거나 축소되는가 하면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일본 브랜드의 매출이 급감했다. 일부 매장은 판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영업을 종료해야 했다.
#버닝썬 게이트
클럽 내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버닝썬 게이트’에 국민은 실망과 분노를 거두지 못했다. 수사 결과 클럽 버닝썬은 불법 성 접대, 마약 거래, 세금 탈루, 성폭행, 불법 촬영 등 온갖 범죄의 온상으로 드러났다. 또한, 버닝썬 운영자들이 지역 경찰 및 공무원들과 유착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초대형 스캔들로 비화됐다.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이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 유포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아프리카 돼지열병 공포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9월 파주 축산농가에서 폐사한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한 번 전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질병이기 때문에 양돈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확산을 막기 위해 총 260여 농가에서 사육하던 돼지 약 40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이뤄졌다. 사육농가 발병은 10월 이후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비무장지대 주변 야생 멧돼지에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밝혀지다
국내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33년 만에 밝혀졌다. 1986년 9월 15일부터 91년 4월 3일까지 약 4년 반에 걸쳐 화성 일대 여성 10명을 살해한 용의자는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였다. 경찰은 DNA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일부 증거물에 남아 있던 용의자의 DNA와 수감자의 DNA를 대조해 그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윤소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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