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등 불확실성 줄었지만
공격적 투자보다 안전판 마련을”
지난해 국내외 금융시장은 각종 불안요인으로 크게 요동쳤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 역전돼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됐는가 하면, 미중 무역갈등으로 한 해 내내 노심초사했다. 한편에선 금, 달러, 선진국 채권 같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했다.
최근 위험 요인이 다소 줄면서 올해 금융시장은 작년보다 안정될 것이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ㆍ저성장 기조가 그대로인데다, 홍콩 사태 등 글로벌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국내 총선과 미국 대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재테크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0년 금융시장은 작년보다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국의 통화완화 정책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행 전망으로 투자심리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조가 유효할 것”이라며 “여기에 미중 2ㆍ3차 무역 합의 기대감이 코스피 상승 추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예고한 게 한 이유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이 ‘경제 반등’에 찍혀있고 투자분야 예산편성도 2.5배 늘어났다”며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통화가치가 오르는 만큼 연 평균 원ㆍ달러 환율이 1,130원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상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면 원화 같은 신흥국 화폐가 주목 받는 점도 원화가치 강세론에 힘을 보탠다.
다만 정치 변수는 여전한 불확실 요인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또 미중 갈등이 기술패권 전쟁으로 확전될 위험이 잔존하는데다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도 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2020년 세계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더라도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 누적된 여러 리스크를 감안해 위험관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국 선거 등에서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들이 나올 경우 심한 부침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시 위험자산에 관심을 두되 안전형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재테크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불확실한 측면이 여전하다”며 "주식, 채권, 대체ㆍ분산투자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통화도 달러와 신흥국 등으로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채권형 투자는 올해 수익률이 좋았지만 내년에는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수익률을 기대하긴 무리”라고 덧붙였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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