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폭풍으로 이어질 디지털 혁명, 준비는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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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폭풍으로 이어질 디지털 혁명, 준비는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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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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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기의 굿모닝 2020s] <2> 제4차 산업혁명 

2017년 10월 11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늘 2019년 12월 31일로 2010년대가 저물어간다. 지난 10년 동안 내게 가장 인상적인 사회과학자들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와 클라우스 슈밥이었다. 피케티가 구조화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깨닫게 했다면, 슈밥은 가속화하는 디지털혁명을 일깨워줬다. 피케티의 ‘세습자본주의’와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은 2010년대 지구적 사회변동의 명암을 계몽한 담론이었다. 내일부터 새롭게 열리는 2020년대의 미래 전망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목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막 

무릇 어떤 키워드든 역사가 존재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은 산업사회의 종말에서 역사적 기원을 갖는다. 서구사회에서 이 종말을 예고한 이들은 사회학자 대니얼 벨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였다. 1970년대 이후 벨은 ‘탈산업사회의 도래’를 통해,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을 통해 산업사회가 정보사회로 변화했음을 선구적으로 알렸다.

21세기에 들어와 정보사회의 진전은 도도한 흐름을 이뤘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제3차 산업혁명’에서 컴퓨터ㆍ인터넷 기반의 정보혁명을 ‘제3차 산업혁명’이라 불렀고, 세계경제포럼을 이끌어온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AI) 등에 기반한 기술혁명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제1차 산업혁명(증기), 제2차 산업혁명(전기), 제3차 산업혁명(정보)에 이어 2010년대부터 또 하나의 사회변동의 대분기(大分岐)가 진행돼온 셈이다.

2010년 세계경제포럼 개최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슈밥 회장이 세계경제포럼에서 던진 ‘4차산업혁명’은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화두가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4차 산업혁명이 지구적으로 폭넓게 쓰이는 개념이라고 보긴 어렵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경제ㆍ사회변동을 지칭하는 개념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AMI(Advanced Manufacturing Initiative)’, 독일은 ‘인더스트리4.0’, 일본은 ‘소사이어티5.0’을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경제포럼의 영향을 받아 제4차 산업혁명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제3차 산업혁명과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슈밥은 속도ㆍ범위ㆍ깊이ㆍ시스템의 측면에서 그 차이를 주목한다. 속도의 측면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선형적 속도가 아닌 기하급수적 속도로 진행된다. 범위와 깊이의 측면에서는 디지털혁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들을 융합해 개인뿐만 아니라 경제ㆍ기업ㆍ사회를 패러다임 전환으로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의 측면에서는 국가 간, 산업 간, 기업 간, 나아가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낳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은 다양하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의 속편 격인 ‘제4차 산업혁명 더 넥스트’에서 변화를 선도하는 기술들을 네 분야로 나눈다. 첫 번째 ‘확대되는 디지털 기술’로는 새로운 컴퓨팅 기술, 블록체인과 분산원장기술, 사물인터넷을 든다. 두 번째 ‘격변하는 물리적 세계’로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첨단소재, 적층가공과 3D 프린팅을 지목한다. 세 번째 ‘인류의 또 다른 시작’으로는 생명공학, 신경기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네 번째 ‘개척해야 할 환경의 최전선’으로는 에너지 확보ㆍ저장ㆍ전송, 지구공학, 우주기술을 꼽는다(이 기획에서는 앞으로 인공지능을 포함해 몇몇 기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충격과 영향은 경제ㆍ기업ㆍ사회ㆍ개인ㆍ국가와 세계를 망라한다.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성장과 고용에 대한 전망이다. 한편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기업의 파괴적 혁신을 통해 성장을 고취시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여 일자리가 감소되고 불평등이 강화될 수 있다. 특히 노동의 미래에 대해 슈밥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계약 및 사회계약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2020년대와 ‘트리플 혁명’의 진전 

2020년대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그렇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기술 자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술과 경제ㆍ사회ㆍ인간 간 관계의 포괄적인 변화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날카롭게 포착한 개념이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가 내놓은 ‘트리플 혁명’이다.

브린욜프슨과 맥아피는 기술혁명이 가져온 변화를 ‘제2의 기계 시대’의 도래로 파악한다. 산업혁명이 ‘제1의 기계 시대’를 낳았다면, 디지털기술은 제2의 기계 시대를 열어 왔다. 제1의 기계 시대가 인류의 육체적 능력을 강화했다면, 제2의 기계 시대는 인류의 정신적 능력을 신장시켜 왔다. 2010년대는 제2의 기계 시대의 등장을 알린 10년이었다.

이 제2의 기계 시대를 이끄는 것이 ‘트리플 혁명’이다. 맥아피와 브린욜프슨은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에서 머신ㆍ플랫폼ㆍ크라우드(군중)가 이끄는 혁명을 트리플 혁명이라 명명한다.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머신 능력의 혁신, 우버로 대표되는 플랫폼기업의 부상, 정보사회의 진전이 가져온 집단지성인 크라우드의 등장은 경제와 산업과 기업 활동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켜 왔다. 머신ㆍ플랫폼ㆍ크라우드의 복합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격변을 올바르게 독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택시 회사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전략가 톰 굿윈이 남긴 이 말은 오늘날 기업 활동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히 증거한다.

2020년대에는 이러한 트리플 혁명의 위력이 배가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알파고를 넘어 산업과 생활에서 더욱 활용될 것이다. 기존 플랫폼기업이 한편으론 공룡화되는 동시에 새로운 플랫폼을 둘러싼 쟁탈이 다른 한편으론 치열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를 능가하는 집단지성의 힘은 새로운 크라우드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오늘날 이른바 ‘초연결사회’에서는 기업이든 정부든 개인이든 몰락과 성공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의 문턱을 우리 인류는 넘어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기술 변화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기계가 미숙련 일자리를 대체하고, 자본이 노동보다 더 많은 몫을 차지하며,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 부를 독점하는 것이 2020년대에 점점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결코 작지 않다.

2020년대의 미래를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맥아피와 브린욜프슨이 지적하듯, 기술이 가져올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슈밥이 주장하듯, 파괴적 기술 발전에 따른 편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외부적 충격을 최소화하며,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인류의 능력과 권한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래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한국사회 

우리 사회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궈진 것은 2017년 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였다. 후보들은 누구나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결과 문재인정부는 제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제4차 산업혁명은 국정의 한 축을 이룰 것처럼 보였다.

고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 지난 2017년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모습. 페이스북 ‘이민화의 벤처에세이’

지식사회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선구적으로 계몽한 이는 지난 여름 세상을 떠난 벤처업계의 대부 고(故) 이민화교수였다. 그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4차 산업혁명, 초고속 고령화 대비, 탈추격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는 3대 과제에 직면해 있고, 이 세 과제를 한국의 제4차 산업혁명 전략에 반영하여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 사회 현실을 돌아보면 제4차 산업혁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빌리티 혁명 등에 대한 논의는 무성했지만,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가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제4차 산업혁명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혁신이 가져올 변화를 놓고 발생하는 갈등의 조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도착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이대로 놓아둘 순 없다. 빠른 추격국가에서 제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 변화해야 것은 국가적 과제다. 새롭게 열리는 2020년대에 이러한 목표가 성취될 수 있길 나는 소망한다.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의 굿모닝 2020s’는 2020년대 지구적 사회변동의 탐색을 통해 세계와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한국일보> 연재입니다. 매주 화요일에 찾아옵니다. 다음주에는 ‘포스트 트루스’가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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