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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중문화 결산] 펄펄 난 BTSㆍ봉준호 vs 추락한 YGㆍ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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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중문화 결산] 펄펄 난 BTSㆍ봉준호 vs 추락한 YGㆍ승리

입력
2019.12.30 11:00
수정
2019.12.30 21:3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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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 BTS와 봉준호 … 한류의 새 역사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제61회 그래미어워즈에 시상자로 초정받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제61회 그래미어워즈에 시상자로 초정받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동아시아의 대중문화가 서구에서 떠오르던 지난 10년과는 다른 시대가 시작했다.”

미국 CNN은 최근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가 서구 사회에서 점점 중요한 세력이 돼 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그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주인공은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다. 이들은 올 한 해 국내 대중문화의 판도를 결정 지은 핵심 인물들이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자리를 굳힌 BT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신들의 이야기로 팝 음악의 역사를 새로 썼다. BTS의 멈출 줄 모르는 인기는 더욱 막강한 팬덤을 만들어냈고 데뷔 7년 차인 올해 또다시 정점을 경신했다.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세번째 1위 등극, 영국 런던 웸블리 구장 공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파드국제경기장 등 세계 23개 도시 62회 공연 206만 관객 동원, 아메리칸뮤직어워드 3관왕 등 BTS가 남긴 성적은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세계 대중문화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음을 알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탄생 100돌을 맞은 올 한 해 남긴 족적도 화려하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세계 곳곳에서 열린 수십 개의 영화제와 영화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며, 내년 1월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감독상ㆍ각본상ㆍ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봉 감독은 미국 유명 TV 토크쇼인 ‘투나이트 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봉준호(왼쪽)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영화 '기생충'으로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포토콜에서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칸=EPA 연합뉴스
봉준호(왼쪽)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영화 '기생충'으로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포토콜에서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칸=EPA 연합뉴스

예술영화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차지했다는 상징성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전 세계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하며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생충’이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로마’와 달리 물량공세로는 이끌어낼 수 없는 대중적인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며 전 세계 젊은 영화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할 경우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확산될 것이고 ‘기생충’의 화려한 역사는 내년까지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질 것이다.

◇암(暗) YGㆍ승리ㆍ정준영…범죄와 추문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30)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30)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9년은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영광과 수치를 동시에 경험한 롤러코스터의 해였다. BTS와 ‘기생충’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저력을 보여준 한편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와 정준영 최종훈 등 남성 연예인의 성범죄로 치부를 드러냈다.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쏘아 올린 작은 불똥은 연예계는 물론 사회ㆍ정치권까지 뒤흔들어놓았다. 대중적 인기와 재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쥐게 된 일부 연예인의 일탈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그 중심에는 클럽 ‘버닝썬’이 있다. 마약 유통, 성폭행ㆍ성매매, 탈세,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 뇌물 등 범죄 종합 세트를 방불케 하는 의혹이 이곳에서 터져 나왔다. 버닝썬의 이사였던 승리와 승리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은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추락한 뒤였다.

남성 연예인들의 추악한 성범죄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승리와 어울리던 가수 정준영과 그룹 FT아일랜드의 최종훈은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해 유포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과거 정준영이 불법 촬영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을 당시 두 차례나 무혐의로 풀려난 점, 최종훈도 음주운전 사실이 경찰에 의해 무마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이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배우 강지환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스태프들을 성추행ㆍ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YG엔터테인먼트 양민석 대표이사가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강당에서 주주총회에 앞서 ‘버닝썬 사태’ 등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YG엔터테인먼트 양민석 대표이사가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강당에서 주주총회에 앞서 ‘버닝썬 사태’ 등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마약 스캔들도 연예계를 들쑤셔 놓았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진 뒤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열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들통나 망신을 샀다. YG 소속 그룹 아이콘의 비아이도 당초 결백을 주장했으나 대마초 흡연 사실이 들통나자 그룹을 탈퇴하고 소속사와 전속 계약도 해지했다.

K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언론도 버닝썬 스캔들에 주목했다. 미국 LA타임스는 “K팝이 고수해온 순진무구한 이미지가 버닝썬 스캔들로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이 같은 범죄와 추문의 뒤엔 단지 연예 산업의 문제뿐만 아니라 성불평등, 성상품화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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