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24일 한일 정상회담서 발언… 전문가 “불확실한 수치 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물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의 양이 한국 원전의 100분 1 이하”라고 말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한국의 원전 전문가들은 한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불확실한 수치를 근거로 한 무리한 비교”라고 일축했다.
아베 정권과 가까운 산케이신문은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총리의 발언을 전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한국이 후쿠시마현 수산물을 비롯해 일본산 식품 수입을 금지한 것을 염두에 두고 과학적 논의를 진행할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반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2011년 폭발사고가 발생해 폐로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에 원자로 건물 안으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줄이기 위해 ‘서브드레인(건물 주변의 우물)’을 설치해 두고 지하수를 퍼 올려 정화한 뒤 기준치를 밑도는 것을 확인해 해양에 배출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소위원회 자료 등을 근거로 2016년 서브드레인으로부터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의 배출량이 연간 약 1,300억베크렐(㏃)인 것에 비해 한국의 월성 원전은 같은 해 액체로 방출한 트리튬이 약 17조 베크렐로 약 130배였다고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언급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해역 등과 관련해 “방사성물질 농도가 상승하고 있지 않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지침 범위 내에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를 설명하고, “과학적으로 냉정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올해 바레인, 콩고민주공화국, 브루나이 등이 일본산 식품에 대한 규제를 철폐ㆍ완화한 사실도 설명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국내 원전 전문가들은 “후쿠시마원전과 월성원전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 전문가는 “일본이 말한 서브 드레인은 원자로를 거치지 않은 지하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트리튬 양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2011년 사고 이후 아직 제대로 처리가 안 된 ‘저장 탱크 내에 있는 오염수’”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나 국제환경단체 등이 문제를 지적하는 ‘오염수’와 아베 총리가 이번에 말한 배출수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언급한 월성 원전에서 배출되는 물에 포함된 트리튬 양은 국내 기준치에 부합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 원전에서 방류하는 처리수에 포함된 트리튬 농도를 ℓ당 4만 베크렐로 규제하고 있다.
청와대는 산케이신문 보도에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구체적 정상회담 내용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한일 정상회담 이후에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원전 오염수의 중대성에 대해 일본의 정보 공유나 투명한 처리 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아베 총리 역시 ‘투명한 정보를 공유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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