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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혀 있던 남의 카드로 셀프 주유'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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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혀 있던 남의 카드로 셀프 주유' 무죄, 왜?

입력
2019.12.29 17:01
수정
2019.12.29 19: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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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중 자기 카드로 바꿨지만 이전 카드로 승인돼… 법원 “고의성 안 보여”

셀프주유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셀프주유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셀프주유소에서 앞선 이용자가 꽂아 둔 신용카드로 기름을 넣은 회사원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타인의 신용카드가 꽂힌 줄 모르고 결제 절차를 진행한 만큼 고의성이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상규 판사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절도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5만원어치를 넣고 앞선 이용자가 꽂아 둔 신용카드로 결제한 조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조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주유소에 도착해 휘발유 5만원어치를 선택한 뒤 결제 단계에서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발견하고 자신의 신용카드로 바꿔 결제를 했다는 게 조씨의 항변이다. 조씨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늦었던 탓에 습득한 신용카드를 점퍼 주머니에 넣은 채 급하게 자리를 떴지만, 분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의 연락을 받고 주유소에 카드를 즉시 반납한 사실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씨의 주유비가 먼저 꽂혀 있었던 신용카드로 결제된 사실을 들어 위법을 주장했다. 검찰은 또 “남의 신용카드를 발견하고도 결제 명령을 입력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그것을 훔치기까지 했다”며 절도죄를 추가했다.

재판부는 정황상 조씨에게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경찰관의 연락을 받은 즉시 주유소로 돌아와 신용카드를 반납하고 영수증을 경찰에 제시할 때까지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믿었던 점을 종합할 때 고의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셀프주유기의 조작방법상 결제 절차 전에 신용카드를 바꿔 끼워도 원래 꽂혀 있었던 것으로 결제되기도 한다”는 사정을 들었다. “혐의가 입증되려면 신용카드가 꽂혀 있는 걸 발견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둔 채 결제를 진행했거나,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빼냈다가 결제 단계에서 다시 꽂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도리어 검찰의 공소에 이의를 제기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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