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관행처럼 굳어진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을 차단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기법’ 등을 도입하면서, 유가보조금 대상이 아닌 차량에 불법 주유해 적발된 사례가 반 년 만에 50배 넘게 급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한국석유관리원과 합동으로 부정수급 의심거래 내역이 있는 주유소 300곳을 대상으로 올해 10월부터 지난 6일까지 하반기 점검을 실시한 결과, 위반 행위 1,035건(차량 1,015건, 주유소 20건)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주유소 188곳을 대상으로 한 올해 상반기 합동점검 결과보다 8.9배나 증가한 수치다.
유가보조금은 화물, 택시, 버스 등 영세 차주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전용 신용카드를 통해 시행 중인 제도다. 지난해에만 2조6,141억원이 지방세에서 지급됐다.
하반기 적발된 위반행위 가운데는 보조금 대상이 아닌 차량에 주유한 경우가 전체의 89.6%(928건)로 압도적이었다. 이는 상반기 합동점검 때 적발된 건수(17건)보다 무려 54배 급증한 것이다. 위반 차주들은 사업용이 아닌 자신의 승용차 등에 기름을 넣고 유가보조금을 수령했다. 그간 이런 식의 부정수급 의혹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관계당국은 자료 부족으로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성과에는 주유소 간 카드거래내역 분석 등 새로 도입된 점검기법이 주효했다. ‘깜깜이’로 불렸던 차량 주유 정보를 확보한 것도 한몫을 했다. 국토부는 지난 9월부터 POS시스템(주유기 정보와 주유소 재고 유량 및 매출액을 실시간 관리하는 시스템)이 설치된 주유소에서 유류를 구입할 때만 유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간 POS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주유소는 판매량 자료가 없어 보조금 부정수급 입증이 어려웠다. 국토부는 주유소 POS시스템의 판매시간 및 판매량과 국토부 FSMS(유가보조금관리시스템)의 카드결제 자료와 연계해 유가보조금 내역을 수시로 관리할 계획이다.
적발된 주유소 및 화물차주는 지자체별로 처분 및 처벌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성훈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장은 “이번 합동점검으로 관행적인 부정수급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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