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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2)는?”...온라인 전쟁 부른 계산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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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2)는?”...온라인 전쟁 부른 계산식 하나

입력
2019.12.29 13:33
수정
2019.12.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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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8÷2(2+2)는?”라는 질문과 함께, 지난 8월 스티븐 스트로가츠 미 코넬대 응용수학과 교수가 자사에 기고한 글을 첨부했다. 뉴욕타임스가 이 트윗을 올리자, 트위터에서는 또다시 한바탕 '계산 전쟁'이 벌어졌다. 뉴욕타임스 트위터 캡처
지난 27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8÷2(2+2)는?”라는 질문과 함께, 지난 8월 스티븐 스트로가츠 미 코넬대 응용수학과 교수가 자사에 기고한 글을 첨부했다. 뉴욕타임스가 이 트윗을 올리자, 트위터에서는 또다시 한바탕 '계산 전쟁'이 벌어졌다. 뉴욕타임스 트위터 캡처

“8÷2(2+2)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자사 트위터 계정에 이 수식과 함께 “간단한 계산식 하나가 올해 디지털 분열의 원천이 됐다”고 적었다. 실제로 NYT가 트윗을 올리자마자 그 아래에는 줄줄이 “답은 무조건 1이다” “무슨 소리냐 16이다”라며 트위터 이용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초등학교에서 배울 법한 간단한 계산식을 두고 왜 이렇게 답이 갈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계산 순서’에 있다.

이 수식을 풀려면 먼저 괄호 속 ‘2+2’를 풀어야 한다. 2+2=4이므로 식은 ‘8÷2×4’로 정리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앞의 나눗셈을 먼저 할지, 괄호 앞에 ‘생략된’ 곱셈을 먼저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나눗셈을 먼저 하면 4×4로 답이 ‘16’이지만, 곱셈을 먼저 하면 8÷8로 ‘1’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NYT가 트윗에 첨부한 한 수학자의 기고문에 따르면 정답은 ‘16’이다.

스티븐 스트로가츠 미국 코넬대 응용수학과 교수는 지난 8월 ‘인터넷을 당황하게 한 수학 방정식’이라는 제목의 NYT 기고문에서 해당 수식을 해설했다. 그는 “표준 규약은 곱셈과 나눗셈에 같은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식을 풀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푸는 게 맞다. 따라서 나눗셈을 먼저 하고, 그 뒤에 곱셈을 하면 정답은 16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트로가츠 교수는 이어 ‘전통적인 계산 순서’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일명 ‘PEMDAS’라고 알려진 연산 순서에 따르면 괄호(Parenthesis) 안의 수식에서 시작해 지수(Exponents), 곱하기(Multiply), 나누기(Divide), 더하기(Add), 빼기(Subtract) 순으로 계산하는 것이 상식이다. 다만 곱하기와 나누기는 서로 ‘동일한 우선순위’(equal priority)를 갖는데, 이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작업함으로써 (계산의) 모호한 점이 ‘제거’된다”는 것이 교수의 설명이다. 덧셈ㆍ뺄셈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지난 27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8÷2(2+2)는?”이라는 트윗을 올리자, 해당 트윗 타래 아래에서 여러 트위터 이용자들은 각자 생각하는 계산 순서를 제시하며 "답은 16이다" "답은 1이다"라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트위터 캡처
지난 27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8÷2(2+2)는?”이라는 트윗을 올리자, 해당 트윗 타래 아래에서 여러 트위터 이용자들은 각자 생각하는 계산 순서를 제시하며 "답은 16이다" "답은 1이다"라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트위터 캡처

다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8÷2(2+2)’의 답을 ‘1’로 계산하는 것은 ‘괄호의 함정’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식을 8이 분자이고, ‘2(2+2)’를 분모로 하는 ‘x÷yz’ 구조의 식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yz를 먼저 계산해 ‘8÷8=1’이라는 답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같은 계산 순서를 따르려면, 중괄호가 더해진 8÷{2(2+2)} 형태의 수식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 스트로가츠 교수는 “수학자로서의 경험에 비춰볼 때 ‘8÷2(2+2)’ 같은 식은 터무니없이 억지로 꾸며낸 것”이라며 “어떤 전문 수학자도 이렇게 명백하게 모호한 수식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위터에서 처음 논쟁이 벌어졌을 때, 나는 사람들이 고등학교 교과과정 속 궤변에 그처럼 오랜 시간을 쏟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면서 “그러나 이내 규칙들은 중요하며, 우리의 삶이 그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썼다.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논란은 ‘주입식 교육’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스트로가츠 교수는 “내 딸들도 마치 기계처럼 몇 년에 걸쳐 주입식 암기 교육을 받았다”라며 “그러니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비인간적이고 무의미한 임의의 규칙과 순서의 집합체로 보는 것도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확한 수학 표현을 쓰도록 가르치면 이 모든 논쟁은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는 학생들에게 수학의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고무적인 면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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