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한인회 4년 만에 ‘제대로’ 된 회장 선거
이번에도 우여곡절 끝 정상화 기틀 잡아
동남아 최대 규모인 베트남 호찌민한인회 회장에 김종각 변호사가 당선됐다.
호찌민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주호찌민 총영사관 영사동 강당에서 유효 선거인 2,032명 중 1,107명이 참여한 선거에서 김종각(53) 후보가 722표(65.2%)를 득표해 제15대 호찌민한인회 회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기호 1번 김정렬 후보는 383표(34.6%)를 얻었다.
이에 따라 김종각 신임 회장은 2년 동안 한인회를 이끌며 분열했던 호찌민 한인사회 통합에 나서게 된다.
김 신임 회장은 “교민 규모로 보나 진출 한국 기업 규모로 보나 다른 나라들에 밀릴 이유가 없지만, 한인 사회 분열로 이 힘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흩어졌다”며 “이곳 교민들은 물론 모국에도 이바지하는 한인회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임 회장은 지난 2006년 처음 베트남 호찌민에 진출한 뒤 법무법인 집현의 대표변호사 겸 베트남국영통신사 한국어 자매지 ‘베한타임즈’ 대표를 맡고 있다.
이귀종 선관위원장은 “시비를 원천 봉쇄하고 묵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 관리가 필수였다”며 “선관위원들이 엄정한 선거 관리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경제수도이자, 동남아 경제 허브 중 하나인 호찌민의 한국 교민 규모는 20만(한인회 추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재외선거인 규모는 9만1,500여명으로, 전 세계 8위, 동남아 최대 규모의 한인 사회다.
호찌민한인회는 지난 4년 동안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초 당선자가 학력 위조 문제로 당선이 취소됐지만 그 결정을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태 해결을 위해 원로들과 각 단체가 나섰지만 반목과 갈등으로 번번히 좌절됐다. 그러다가 11개 교민 단체들의 중지로 지난 11월 18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 4년 만에 제대로 된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투표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양 후보와 양 캠프는 공정 선거, 선의 경쟁을 약속했지만 김정렬 후보 측은 투표 종료와 함께 선거관리에 이의를 제기하며 투표함 개봉 거부와 함께 자리를 전원 떴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정렬 후보 측은 ‘선거인 등록 신청을 했지만 8, 9명이 선거인 명부에서 누락됐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며 “선거인 등록 요건 중 하나인 재외국민등록 사실이 기준 시점 당시 미확인되는 등의 이유로 최종 명부에 오르지 못한 교민이 300명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김정렬 후보 측은 또 앞서 범죄수사경력회보서 등 입후보 등록에 필요한 서류 제출 기일을 김종각 후보자가 지키지 못한 점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연내 선출을 목표로, 다소 시간에 쫓겨 치러지는 선거였던 만큼 입후보 등록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생긴 현상”라며 “후보자가 자필로 제출하는 서류 외 행정기관을 통해 발급 받아 제출하는 서류에 대해서는 기한을 24일로 정했던 만큼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표함 개봉은 투표 종료 선언 3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8시 40분에 이뤄졌다. 이귀종 선관위원장은 “공정선거 결의에도 불구하고 투표함 개봉 직전에 시비를 다투며 선거 보이콧에 나서니 선관위원장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며 선관위원, 각 단체 대표, 투표인, 언론인 등 3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함 개봉을 선언했다.
개표된 표는 2, 3중으로 재검산, 공식 발표됐다. 선거인 수 2,032명 중 1,107명이 참여한 선거에서 기호 2번 김종각(53) 후보가 722표(65.2%)를 득표하고 1번 김정렬 후보는 383표(34.6%)를 얻었다. 사표는 2장으로 집계됐다. 최종 결과 발표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선거 보이콧 선언과 함께 자리를 떴던 김정렬 후보는 이튿날 오전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결과 불복선언을 예고했다가 기자회견 1시간 전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기자회견 취소를 통보했다. 김정렬 후보는 “선관위 불공정 문제가 있긴 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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