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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만 학원 1000여개… 공교육 흔드는 사교육 1번지

입력
2020.01.02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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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의 탄생, 대치동 리포트] <1>빗장도시에 갇힌 아이들

개발 더뎌 임대료 저렴… 1990년대부터 학원 몰려들어

새해를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새해를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치동 학원들은 이전까지의 통념, 즉 ‘학원’은 공교육의 보완재에 불과하다는 통념을 깨뜨리고 2000년대에 들어 공교육까지 흔드는 ‘괴물’이 되어갔다.”(한종수∙강희용 ‘강남의 탄생’ 중에서)

흔히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설명한 한 대목이다. 실제로 중∙소∙대형 입시학원뿐 아니라 외국어, 예체능, 직업기술까지 온갖 종류의 학원이 그야말로 총망라된 이곳은 연간 20조원(2018년 기준 19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국내 사교육 시장을 떠받치며 학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대치동(1~2, 4동 포함)에만 강남구 전체 학원(2,279개) 중 절반 이상(1,057개)이 모여있다. 그 뒤를 잇는 신사동(372개)과 역삼동(344개)의 약 3배에 이른다.

지금이야 사교육 중심지, 강남의 중심부로 통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치동은 압구정동 등 인근 지역에 비해 개발이 더딘 강남의 주변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이 ‘주변부적 특성’이 아이러니하게도 대치동을 사교육 중심지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1991년 정부의 ‘사교육(학원∙과외) 금지 조치’(1980년)가 해제되면서 학원산업들이 강남으로 몰려들며 활개를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선 이 시기를 “강남 사교육이 싹 튼 시기”라고 말한다.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한국지역지리학회 학술대회(2017년)에서 발표한 ‘대치동은 어떻게 대한민국의 사교육 1번지가 되었나?’에서 “강남의 주변부였던 대치동 일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인해 사교육업체들의 주요 선호지가 됐다”며 “왜 하필 대치동이 사교육 1번지가 됐는지 (알기 위해선) 대치동의 장소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장으로 대치동은 사교육 시장 내 입지를 굳히게 된다. 수능 맞춤형 강의를 제공하되 대규모 업체를 비롯해 소규모 독립학원들까지 그야말로 ‘없는 학원이 없는’ 다양성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강남 아파트 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심야 시간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차량 때문에 대치사거리 등 학원가 밀집 지역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이색풍경은 대치동을 상징하는 모습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과거 대치동에서 10년 동안 개인 보습학원을 운영했던 A(46)씨는 “지난 20여 년 동안 사교육 업체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강의는 물론 영업 노하우를 쌓아온 것”이라며 “사교육 시장이야말로 대치동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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