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통신회사들 사이에 최대 3,000만명에 달하는 ‘가라케’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한 판촉 경쟁이 뜨겁다. ‘갈라파고스’와 게이타이(携帶ㆍ휴대폰)의 합성어인 가라케는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 있는, 통화 기능에 특화된 ‘구형 휴대폰’을 뜻한다.
2020년대 중반 3세대(G)통신 서비스 종료를 앞둔 가운데 NTT 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3대 통신업체들은 가라케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기종을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 점유율 유지ㆍ확대는 물론 향후 금융과 전자상거래 등에서도 주요 기반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3G 기지국 유지ㆍ보수 비용을 줄여 내년 봄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는 5G 서비스 투자를 늘리겠다는 속내도 있다.
도쿄 시내 NTT 도코모를 취급하는 휴대폰 판매점에선 3G 이용자를 대상으로 일부 스마트폰을 ‘특별가격 1엔’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KDDI를 취급하는 휴대폰 매장에서는 가라폰 이용자 대상으로 5만400엔짜리 스마트폰을 3만8,500엔의 포인트를 주면서 판매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 돈 20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3대 통신회사들이 저렴한 스마트폰 상품을 내놓고 기종 변경을 유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20년대 중반부터 3G 서비스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KDDI는 2022년 3월, 소프트뱅크는 2024년, NTT 도코모는 2026년에 각각 3G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2026년 이후엔 지금의 통신규격인 4G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휴대폰으로는 통화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기준 3G 서비스 계약은 총 3,880만건이다. 통신 기능이 장착된 감시카메라 등을 제외하면 가라케 이용자들의 계약은 2,000만~3,000만건으로 추산된다.
NTT 도코모의 경우 3G 이용자가 1,400만명이나 돼 타사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달부터 3G 이용자를 대상으로 휴대폰을 최대 2만엔 할인해주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교실’을 개최하고 있다. 또 60세 이상 고객이 스마트폰 요금제로 변경하면 음성 통화료도 할인해준다. KDDI와 소프트뱅크도 엇비슷한 전략으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내년 봄부터 라쿠텐모바일 등 저가통신사들이 통신사업자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점을 고려한 측면도 크다. 실제 지난 5월에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가라케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저가 통신사로 옮겨갈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통신업체들로서는 스마트폰 가격과 4G 통신 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가라케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한 묘수를 짜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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