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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의료진 20여명 협진… 중증외상 환자 생존율 9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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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의료진 20여명 협진… 중증외상 환자 생존율 90% 넘어”

입력
2019.12.31 04: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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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용 서울아산병원 중증외상팀장 인터뷰

체계적 치료로 ‘예방가능사망률’ 10%대 미만으로

전상용 서울아산병원 중증외상팀장(신경외과 교수)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여러 곳을 다친 중증외상환자는 무엇보다 빨리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전상용 서울아산병원 중증외상팀장(신경외과 교수)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여러 곳을 다친 중증외상환자는 무엇보다 빨리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20대 초반의 A씨는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손이 말려들어가 어깨까지 절단돼 응급실로 실려왔다. 중증외상을 당한 환자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응급실로 신속히 옮겨졌지만 팔 절단과 혈관 손상으로 심각한 감염에 노출되는 상황이었다. 의식은 없었고 심장도 뛰지 않았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출혈도 심했다. 소중한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 순간이었다.”

A씨처럼 불의의 안전사고나 교통사고 등으로 중증외상을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중증외상환자가 119 구급차에 실려 긴급히 병원에 옮겨져도 “전문의가 없다” “병상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일이 왕왕 있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14곳으로 환자가 이송됐다가 다른 의료기관으로 재이송된 사례가 2017년 202건에서 2018년 228건, 올해(1∼11월) 250건 등으로 늘어났다.(소방청 자료) 3년간 총 680건으로 사흘에 두 차례 꼴이다.

고난도 중증외상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외상 치료의 모델로 꼽힌다. 생존율 90%, 예방 가능 사망률(외상 환자가 적절히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던 사망자 비율) 10% 이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율과 예방 가능 사망률은 외상 진료체계의 핵심적 성과 지표다.

서울아산병원 증증외상팀을 이끌고 있는 전상용(56) 팀장(신경외과 교수)을 만났다. 전 팀장은 “20여명으로 구성된 중증외상팀 전문 의료진은 지난 9년 동안 서울아산병원에 온 1,800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치료해 예방 가능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10% 이내)으로 크게 낮췄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평균 예방 가능 사망률은 19.9%(2017년 기준)로 2015년 30.5%에 비해 나아졌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중증외상환자는 어떤 환자를 말하나.

“중증외상환자는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낙상 등으로 머리 가슴 팔다리 복부 골반 등의 부위를 외력에 의해 동시에 여러 곳을 다친 환자를 말한다. 일반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처치 범위를 넘어서 다발성 골절, 과다 출혈된 환자다. 특히 외상으로 인해 저혈압성 쇼크가 생긴 환자다. 기본적으로 출혈로 인한 쇼크가 발생한 상태이므로 그 쇼크에 대한 치료와 혈압이 떨어지고 활력 징후(vital sign) 이상이 생기는 상태를 우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증외상환자 가운데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다시 돌아가는 환자가 많다. 앞의 사례에 나온 20대 초반 A는 기계에 손부터 어깨까지 말려들어가면서 어깨 부위가 절단됐고, 장기간 감염 소견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다.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사회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다. 분초를 다투는 중증외상환자가 응급의 순간을 이겨내고, 일상을 다시 찾는 모습을 볼 때마다 중증외상환자를 다루는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다학제 통합진료와 신속한 진료서비스를 자랑하는데.

“일반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응급수술이 가능한 인력이 24시간 가동된다. 여러 임상과 의료진이 잘 조화된 통합진료 체계를 갖춰 각각의 장기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고, 응급소생술과 초기 처치 후 관리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해 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장애 정도를 낮추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숙련된 전문의 간에 긴밀한 협진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등 체계적인 다학제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서울아산병원의 예방 가능 사망률이 2014년 22.2%, 2015년 11.1%, 2016년부터 10% 미만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우리 중증외상팀은 중증외상환자 생존율도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일선에서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중환자·외상외과 의료진과 응급수술이 가능한 분과별 팀이 협진해 치료·수술 등을 신속히 시행함으로써 우수한 생존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술기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술기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증증외상 치료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적인데.

“우리 중증외상팀은 진료와 수술 외에도 2010년부터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수련병원으로 지정을 받았다. 이를 통해 2018년까지 8명의 세부전문의를 배출했다. 외상세부전문의 수련 교육에서는 중증외상환자의 초기 생활술과 치료계획, 집중치료, 과별 통합진료를 주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지식과 술기(術技)를 가르치고 있다.

전공의 교육에서도 2015년도부터 외과계 전공의 중증외상 술기교육을 1년에 3회 시행하고 있다. 과별 외상전문의가 시뮬레이션으로 수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가 기도관리, 윤갑상막 절개술(응급기도절개술), 골내주사, 중심정맥관 삽입술, 척추 손상환자 중재, 골반골 골절 중재, 흉관 삽관술 등 다양한 외상술기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외상간호 보수교육도 연 1회 시행하는데 매년 150명 이상이 참석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전원(轉院)시스템을 만들어 중증외상환자의 장기 입원을 줄이면서도 병원을 옮겨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분기별로 외상위원회를 열어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프로세스 개발과 증례 토의 등을 통해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시간을 줄여 치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

중증외상팀에 경사가 있었다. 올해 국제 최고의 의학출판사인 스프링거(Springer)에 외상학 교과서를 발간한 것이다. 저를 필두로 편집위원인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김동관 흉부외과 교수를 포함한 11명의 외상의학을 다루는 교수들이 집필했다. 컬러 사진과 일러스트를 실어 외상학의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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