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한국당, 논의 참여 않고 반대만… 의회주의 부정”
여야 검경(검찰ㆍ경찰) 출신 국회의원들이 2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공수처에 대한 논쟁을 이어갔다. 필리버스터는 전날 오후 9시 30분쯤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을 시작으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윤재옥 한국당, 표창원 민주당, 권은희 바른미래당, 정점식 한국당, 박범계 민주당, 여영국 정의당, 신보라 한국당 의원 순서로 진행 중이다. 다만 공수처 필리버스터는 1박2일로 짧게 진행되는 탓에, 시간기록을 세우기보다 공수처 찬반 논리를 피력하는데 집중했다. 짧게는 1시간, 길어도 3시간을 넘지 않았다. 보통 4~5시간씩 하던 이전 필리버스터와는 달랐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백혜련 의원은 “대한민국 검찰이 기소권, 기소편의주의, 기소독점주의를 다 갖고 있고 모든 수사권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공수처 반발을 비판하며 “공직자 부패 수사는 공수처가 최우선권을 가진다. 그렇게 하라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수처장 임명 방식을 보면 어떤 수사기구보다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게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여영국 의원은 공수처장 임명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권력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은 원안보다 강화됐다며 “한국당의 반대는 묻지마 반대다. 법안도 제대로 보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이 공수처 논의에 일절 참여하지 않은 채 반대만 일삼았다고 지적하며 “토론과 협치, 타협이란 의회주의 자체를 부정한 정당”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범죄 인지 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보수야당과 검찰이 반발하는 데 대해선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 전담 기관이 있는데 통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교통정리로 혼란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하명수사청’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과 모략으로 스스로 국회와 국민을 모독했고, 검찰은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야당 탄압 기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김재경 의원은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누구 눈치를 보고 누구 입맛에 맞는 사찰을 할지 뻔하다”며 “반대편을 사찰하고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기구”라고 비판했다.
경찰 출신 윤재옥 의원은 “검찰권을 견제한다면서 또 다른 옥상옥을 만들 것인가. 공수처가 잘못하면 제3의 검찰을 만들 거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검찰 개혁은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고 정치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기존 검찰 권한의 힘을 제한하고 검찰의 인사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답”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이날로 끝나 필리버스터는 29일 0시 자동 종료된다. 이에 따라 공수처 법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은 30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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