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한 기업인도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석금(74)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 해 10월 코웨이 인수를 직접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3년 1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던 코웨이를 5년 9개월 만에 다시 사들이겠다고 선언하는 자리였다. 웅진그룹은 올해 3월 코웨이 인수절차를 마무리하고 ‘웅진코웨이’의 새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윤 회장은 힘겹게 되찾은 회사를 인수한 지 3개월 만인 지난 6월 도로 시장에 내놓았다.
이후 반 년여 만에 코웨이의 새 주인이 확정됐다.
넷마블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웅진그룹으로부터 웅진코웨이 주식 25.08%를 1조7,400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수 당시 무리한 자금 조달이 결국 윤 회장이 ‘자식’ 같았던 코웨이를 다시 내놓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다시 사기 위해 1조6,000억원을 빚으로 조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대출했고 웅진씽크빅이 5,000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빚은 늘었는데 웅진코웨이 인수 직후 태양광 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지주사인 웅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떨어지는 악재가 발생했다. 결국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해 부채를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윤 회장은 1989년 생활가전기업으로 설립한 코웨이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정수기 방문판매 시장이 크게 위축됐을 때 그는 렌털이라는 독특한 판매 방식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으로 시장을 넓혔고 부동의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윤 회장이 건설, 태양광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코웨이는 2013년 1월 그룹사 중 가장 먼저 MBK에 매각된다.
이후에도 윤 회장은 코웨이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MBK는 코웨이를 웅진으로부터 사들일 당시 인수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웅진이 국내에서 정수기 판매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업금지’ 조항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윤 회장은 2017년 1월 ‘경업금지’ 기간이 지나자마자 ‘웅진렌털’ 이라는 독자 브랜드로 정수기 사업을 다시 시작하며 코웨이 인수를 선언했고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되찾아오는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윤석금 회장이 자식을 되찾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웅진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무리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한편, 웅진그룹은 이번 매각에 따라 현금을 추가 확보하며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과 정보기술(IT)사업 등을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가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웅진그룹이 급한 불은 껐지만 재인수와 재매각 과정에서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한 탓에 웅진플레이도시와 웅진북센 등 다른 계열사를 추가 매각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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