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범죄 인지시 공수처에 의무통보’ 조항 조목조목 반박
검찰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국회 4+1 협의체가 마련한 공수처법 수정안에서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알게 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라는 24조 2항을 ‘독소조항’으로 지적하는 의견서를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에게 제출했다.
대검은 “검찰은 공수처 설치 문제는 국회 결정을 따른다는 입장이었다”면서도 24조 2항 문제만은 짚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검찰과 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알게 된 직후 공수처에 보고하게 되면, 공수처를 사실상 검경의 상급기관으로 규정해 ‘수사기관 간 견제’라는 공수처의 설치 목적에서 벗어난다는 논리를 폈다. 대검은 “검ㆍ경의 수사 착수 단계부터 그 내용을 공수처에 통보하는 것은 정부조직 체계 원리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공수처는 반부패수사기구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임의대로 검경의 고위공직자 사건을 받아간 뒤 과잉수사나 부실수사 등으로 권한을 남용할 위험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대검은 아울러 이 같은 내용상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원안의 중대한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라 절차상 문제도 있다”는 취지의 공식 입장도 냈다. 여론이나 유관기관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국회가 원안에서 크게 벗어나는 수정안을 만드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대검은 고위공직자 범죄만 따로 떼어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한 규정이 수사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냈다. 대검은 “통상 경제ㆍ금융ㆍ기업 관련 사건 수사를 하다 나중에 고위공직자 비리가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다른 사건 수사 중 인지된 고위공직자 범죄만 떼어 이첩하면 수사 효율이 크게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범죄를 알게 되는 단계에서 수사 사실을 다른 기관에 통보하면 수사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대검은 “검찰은 현재 청와대와 법무부에도 사전 보고하지 않는다”며 공수처에 사건 수사를 먼저 알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4+1 협의체 소속 일부 의원은 24조 2항에 대한 대검의 반발을 강하게 규탄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24조 2항은 새로운 수사기관 설치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기관 간의 수사 중복을 조정하기 위한 소통, 협의 절차를 규정한 것”이라며 “공수처법 전체를 보지 않고 ‘독소조항’이라는 것은 법률 오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 대상자가 이중, 삼중으로 수사 받는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고위공직자 수사에 특화된 기관에 우선 수사권을 부여하도록 한 것”이라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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