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미만이라 예외 적용
초등학생이 또래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경찰은 해당 학생이 형사상 처벌대상이 아닌 ‘촉법소년’(觸法少年)이어서 검거 후 가족에게 되돌려 보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0분께 경기 구리시의 한 초등학교 고학년생인 A양이 자신의 조부모 집에서 친구 B양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B양은 집 밖의 복도에 나와 쓰려졌으며 이를 본 주민의 비명을 듣고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다. B양은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 안에 있던 A양을 긴급체포 했다가 가족에게 인계했다. A양이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상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은 형사상 처벌할 수 없으며 일반적인 형사사건 기소에 비해 수위가 낮은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수감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경찰은 이날 오전 A양을 불러 보호자와 프로파일러 입회하에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A양은 자신의 가족을 B양이 험담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 가정법원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 사건은 어떠한 내용도 말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날로 흉악해 지는 10대 범죄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낮추기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한 만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2016년에는 경기도 김포에서 11살 아들이 어머니를 때린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또 올 9월 국민의 공분을 산 ‘수원 노래방 집단폭행사건’도 가해자들이 모두 촉법소년이었다. 수원 노래방에서 여자 초등학생 1명을 집단폭행한 혐의를 받는 여중생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대신 장기 소년원 2년 송치 처분(교정교육)을 받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작년까지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의 규모는 2만8,024명이다. 특히 살인·강도·폭력·절도 등 4대 강력범죄가 77%에 이른다. 그렇다고 처벌기준을 무작정 강화하는 것이 해법도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2세 이하로 하향하지 말 것을 각국에 촉구하고, 더 올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들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형성돼 있어 청소년들의 범죄가 흉악해지고 대담해 지는 것 같다”며 “꼭 처벌해 낙인을 찍기 보다 유치장에 2~3일 머물게 하는 등 충분한 쇼크나 심리적 위축을 주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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