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관ㆍ한인회 “한국인 탑승객 없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98명을 태운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의 저가항공사 베크 에어 소속의 한 여객기가 27일(현지시간) 오전 알마티 국제공항을 이륙한 뒤 추락해 인근 건물을 추돌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수도인 누르술탄으로 향하던 이 여객기에는 승객 93명과 승무원 5명 등 98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현지시간 오후 7시 현재 최소 12명이 사망했고 60명 가까이가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18명은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카자흐스탄 민간항공위원회(CAC)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오전 7시18분 이륙하던 중 활주로 끝의 콘크리트 담장에 부딪쳤고 이후 공중에 떠올랐던 기체가 곧바로 하강하면서 추락하더니 오전 7시22분 공항 외곽의 2층 건물을 들이받고 멈췄다. 현장에서 찍힌 사진에는 사고 여객기가 충돌의 충격으로 반파된 건물 옆에 두 동강이 난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사고 여객기가 1996년 도입돼 23년째 운항하고 있는 포커-100 기종으로 가장 최근에 운항허가서를 받은 건 지난 5월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비행기록장치를 회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만 스클야르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건물과 충돌하기 전 항공기 후미 부분이 활주로에 두 번 닿았고 바퀴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사고 생존자 아슬란 나자라리예브는 “비행기가 왼쪽으로 기울었다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며 “그럼에도 계속 고도를 올리려고 하면서 심하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다른 여성 생존 승객도 “비행기가 기울어진 채 날고 있었다”면서 “비명과 고함, 울음소리가 난무하는 영화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날씨가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CNN은 추운 날씨가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전직 미 연방항공청 안전조사관의 말을 인용했다. 사고 당일 알마티 공항의 기온은 영하 7도였다. 로이터통신 기자는 사고 현장 주변에 짙은 안개가 끼여 있었다고 전했다. CAC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베크 에어의 모든 비행기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알마티와 목적지인 누르술탄에는 한국 교민도 다수 거주하고 있으나 카자흐스탄 주재 한국 공관과 현지 한인회는 탑승객 명단 중 한국인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승객 2명이 탑승객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날을 국가적 애도의 날로 선언하고 트위터를 통해 희생자와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법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