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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맨’ 구현모 차기 수장 낙점... 조직 안정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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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맨’ 구현모 차기 수장 낙점... 조직 안정 택했다

입력
2019.12.27 18:12
수정
2019.12.27 18:5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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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 대표적 전략통… 이사회, CEO 직급 ‘회장→사장’으로 낮추기로 

KT 제공
KT 제공

구현모(55·사진)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차기 KT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격변기에 접어든 통신시장에 전문성과 더불어 조직의 안정성까지 담보할 적임자란 평가다. 그는 30년 넘게 KT에서 곁눈질 없이 한우물만 파온 소신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로써 자산 34조원과 43개 계열사에 6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KT도 경자년(庚子年)인 내년부터 새롭게 출항할 조짐이다.

새로운 선장 선임을 앞둔 KT 또한 전열 정비에 나섰다. KT는 차기 최고경영자(CEO)의 직급을 ‘회장’에서 ‘사장’으로 낮추고 급여 등 처우도 이에 맞게 재조정할 예정이다. 2009년 KTF 합병 이전 체제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CEO의 회장 승격 이후 빚어진 특별대우나 과잉의전 등의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은 절차에 따라 차기 CEO가 구 사장으로 무리 없이 결정될 경우, 황창규 현 KT 회장은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연임 임기를 완료한 첫 수장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황창규 회장 취임 후 첫 비서실장 

KT는 27일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이하 회심위)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회장 후보 9명 가운데 구 사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앞서 전날 회심위는 지배구조위원회의 1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들을 상대로 12시간에 걸쳐 개별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KT 전현직 임원 중엔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과 임헌문 전 매스 총괄사장, 외부인사 중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친 구 후보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의 최종 선임 절차를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KT의 수장직을 수행한다. 임기는 3년이다.

구 후보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1987년부터 KT에서 일해온 정통 ‘KT맨’이다. 사내에선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황 회장 취임 이후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기가토피아’를 포함해 ‘황창규 체제’의 경영전략 수립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지난해부터는 회사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유무선 서비스 개인고객(커스터머) 관련 부서를 책임지면서 인터넷TV(IPTV) 관련 사업까지 맡았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구 후보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고,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한 후보”라며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차기 KT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15년 만에 내부승진 CEO 탄생 

구 후보가 CEO에 최종 선임될 경우, KT는 남중수 사장(2005~08년) 이래 15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승진자를 사령탑에 발탁한 기록도 세우게 된다. 또한 황 회장의 연임 완주로, 남 사장과 이석채 회장(2009~13년)이 잇따라 정권교체기에 연임을 시도했다가 검찰 수사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던 과거 고리도 끊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전 CEO들과의 다른 처우는 눈에 띈다. 이사회에선 구 후보가 CEO 직급과 처우를 사장으로 낮추는 걸 수용한 조건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이런 조건을 반영해 정관을 개정하고 내년 3월 주총에 구 후보의 CEO 선임안과 함께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또 개정 정관에 CEO 임기 중 중대 과실 및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사임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기로 했다. 구 후보는 현재 황 회장 등과 함께 회삿돈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업계에선 구 후보가 현행 회사 경영전략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인사인 만큼, 취임 이후엔 전임자의 노선을 상당 부분 이어나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이번 결정은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다고 봐야 한다”며 “하지만 5G 네트워크 투자와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 경쟁업체의 몸집 불리기로 인해 불거진 유료방송 1위 자리 위협 등은 구 후보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다”고 내다봤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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