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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혐의는 인정됐는데 영장 기각…조국ㆍ검찰의 득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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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혐의는 인정됐는데 영장 기각…조국ㆍ검찰의 득실은?

입력
2019.12.27 19:09
수정
2019.12.27 22:4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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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할 정도로 범죄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치열한 공방을 펼쳐 온 검찰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새벽 ‘1차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 법원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구속의 필요성은 없다고 봤다.

8월 27일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착수 이후 상당한 화력을 동원해 수사를 펼쳤고 유 전 부시장 사건에서도 조 전 장관을 입건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했던 검찰로서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일단 ‘수사 실패’ 내지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입장이다.

조 전 장관 입장에서는 인신 구속을 피하며 △일가 수사 △감찰 무마 △울산시장 의혹 등의 ‘수사 삼각 파도’를 피해 갈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에서 이번 영장 기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며 조 전 장관의 개인적 사정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는 기회를 상당 부분 차단했다는 점도 조 전 장관이 얻은 수확이다. 법원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증거 인멸ㆍ도주의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 구속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이 조 전 장관의 감찰 무마 혐의를 인정한 점은 검찰에겐 소득이다. 재판에서 공식적으로 유ㆍ무죄 판단을 받기 전에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이라는 ‘대어’를 낚는 데는 실패했지만, ‘친문(親文)’ 인사를 대상으로 수사 전선을 확대할 근거는 마련한 셈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을 심문한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조 전 장관 혐의에 대해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규정한 대목은 ‘정무적 판단’을 내세운 조 전 장관과 청와대 측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부분이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KO 승부는 아니지만 검찰이 좀 많이 이긴 판정승”이라며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말까지 덧붙여 유죄 입증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날 서울동부지검은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구속영장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 출신의 한 서초동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의 한 과정이지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절차는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은 마치 영장전담판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모양새”라고 강조했다. 결국 재판 단계에서 혐의 유무를 가려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은 향후 조 전 장관을 보강 수사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한 후 윗선을 밝히는 두 가지 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복수의 친문 인사들로부터 유 전 부시장 구명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수사 대상에 여러 인사들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memory@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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