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7ㆍ토트넘)이 2019년은 찬란했다. 비록 퇴장 징계로 일찌감치 올해 활약을 끝냈지만, 빛나는 성과로 한국 축구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훈련을 이어가며 더 뜨거울 2020년을 기약했다.
27일(한국시간) 풋볼런던 등 외신에 따르면 손흥민은 전날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열린 브라이튼 호브 앨비언과 경기에서 사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코트를 입고 머플러를 두른 그는 팀의 득점이 터질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 동료들을 응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토트넘은 브라이튼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상위권 진입에 속도를 냈다.
한국 팬들로선 그가 ‘인생 커리어’들을 남긴 한 해의 마지막을 경기장 밖에서 마무리하는 모습이 다소 아쉽다. 지난 6월 막을 내린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토트넘을 준우승까지 이끈 손흥민은 지난달 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 2019~20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개인통산 122호, 123호 골을 터뜨리며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유럽무대 최다골 기록(121골)을 뛰어 넘었다.
한국 축구사에 굵직한 자취를 남긴 손흥민은 지난 8일 번리와의 EPL 16라운드에서 세계 축구팬들에게도 두고두고 회자될 환상 골까지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려 70m 이상의 거리를 홀로 질주한 뒤 상대 골 망을 흔든 '원더골'을 터뜨린 그의 활약을 두고 박지성조차 “그 장면이 현재 손흥민의 레벨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극찬했을 정도다.
하지만 한 해 마무리가 좋지 않다. 지난 23일 첼시와 정규리그 18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17분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뒤거(26)와 경합하다 넘어진 뒤, 발을 뻗어 뤼뒤거 가슴을 가격한 후폭풍이 크다. 비디오판독 끝에 ‘폭력적인 행위’란 이유로 퇴장 당한 손흥민에겐 3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졌고, 토트넘은 잉글랜드 축구협회(FA) 항소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됐다. 지난달 애버턴 전에서 안드레 고메스(26)의 큰 부상과 관련해 흘린 눈물의 진정성까지 의심받으며 혹독한 세밑을 보내고 있다.
내년 1월 2일 열리는 사우스햄프턴과 원정 경기까지 나서지 못하게 된 손흥민은 그럼에도 더 나은 2020년을 위해 다시 몸을 달궜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토트넘 뉴스’ 채널에선 이날 브라이튼전이 끝난 뒤 손흥민이 탕귀 은돔벨레(23), 에릭 라멜라(27) 등과 경기장에 남아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실제 그에겐 내년 한 해 의미 있는 목표들이 차례로 놓여있다. 1월 5일 미들즈브러와 FA컵 3라운드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그는 조제 무리뉴(56) 감독 체제에서의 선두권 도약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재도전에 나선다. 시즌 10골째를 기록한 그는 2016~17시즌 기록한 한 시즌 최다득점(21골)에도 다시 도전한다. 대표팀에서도 내년 이뤄야 할 목표들이 많다. 3월과 6월 2022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을 마치면 9월부터 최종 예선을 준비해야 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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